바그다드 함락으로 이라크전이 사실상 종전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처럼 이라크전이 예상보다 빨리 종전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은 전쟁명분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세계경제를 짓눌러 왔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점에서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이제 세계 각국의 관심이 종전 이후로 옮겨가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겠으나 북핵문제라는 별도 변수를 가진 우리로서는 향후 사태전개에 대한 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라크 다음은 북한이 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이라크전 이후의 세계경제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으나 조기 종전이 세계경제에 유리하다는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는 상태다. 특히 석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석유가격 하락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고,전후 재건사업에도 참여할 경우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라크전 이후 절체절명의 과제는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이라크 다음은 북한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키느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 때 갈등관계를 빚었던 한·미동맹 관계의 완전한 복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한·미동맹 관계의 완전한 복원없이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물론이고 우리의 생존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국회 시정 연설에서 북핵문제보다 더 위험한 것이 한·미간의 갈등이라고 적절히 지적한 바 있다. 때마침 노 대통령은 내달 15일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할 계획이다. 이번 노 대통령의 방미는 취임후 처음 이뤄지는데다 시기적으로도 이라크전 종전과 맞물리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노 대통령의 방미는 한·미동맹 관계의 완전한 회복을 토대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방안을 도출해 냄으로써 안보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마땅하다. 만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한·미간 갈등관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안보불안은 물론이고 경제불안도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지금은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한번 지적하고 싶다. 북핵문제로 한반도에 위기가 증폭되고 있는데다 한·미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었다고 보기도 힘든 미묘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주한미군 재배치, 특히 동두천에 주둔하고 있는 미 제2사단의 한강이남 배치를 논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미동맹 관계의 약화로 비쳐져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어쨌든 우리는 이라크전 종전으로 더욱 중요해진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북핵문제로 커진 국가 리스크를 원상회복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미동맹 관계의 완전한 복원을 통한 안보불안 해소없이는 우리 경제의 내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