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장들이 집단으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에 대해 시시비비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의 말은 정말 적절치 않다. 경제단체들은 정부 정책에 대해 잘잘못을 논하려들지 말고 정부 하라는 대로 하고 따라만 오라는 얘기인데,전시대적이고 고압적인 발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경제단체들이 경제현실과 정책에 대한 의견을 성명 또는 의견서등의 이름으로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고 지금까지 누구도 이를 문제삼은 사람이 없다. 바로 그런 형태의 의견발표를 강 위원장은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는 방식'이라며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는데,그렇다면 적절한 방식은 어떤 형태인지 모르겠다. 공개적으로 시시비비를 논하지는 말라는 뜻이라면 수준이하라는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기회 있을 때마다 '공개적인 투명성'을 강조해온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는 할 소리도 아니다. 경제정책에 대한 경제단체장들의 공개적인 의견표명은 강 위원장이 '경제문제를 경제논리로 풀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보는 까닭이 무엇인지 우리로서는 짐작하기도 어렵다. 이해당사자나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개진하는 등 토론과정을 거쳐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순서다. 강 위원장 자신도 교수로서,또 시민운동가로서 경제정책에 대한 찬반토론에 활발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발언은 참으로 의외다. 시민운동가나 교수는 자기 주장을 드러내놓고 해도 좋지만 기업인이나 기업가 단체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논리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일 것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강 위원장의 발언이 △출자제한 예외축소 △금융계열사 분리청구제 △외국인 고용허가제 등을 반대한 경제5단체의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경제계 의견'때문에 나왔다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의 경제계 '의견'이 왜 강 위원장에게 거부반응을 불러일으켰는지 솔직히 말해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제도개혁을 미뤄달라는 기업측 주장이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제현실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경제에 관한한 제도변경이나 개혁은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경제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해 제도를 바꾸고 개혁을 하려는 것이라면 현실감이 있어야 한다. 기업의욕을 더 꺾어도 좋은 상황인지 생각하고 행동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