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OB 광고만 보이게 하라." 광고계에 오비맥주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8년만에 선보인 신제품 'OB' 광고에 5백억원이 투자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안볼래야 안 볼 수 없는 광고'로 손꼽혔던 SK텔레콤의 '준'과 맞먹는 물량이다. 오비맥주 경영진은 신제품 성공을 기원하는 직원워크숍에서 "'OB'점유율이 전체시장에서 40%를 넘지못하면 브랜드를 접겠다"는 폭탄 선언을 할 만큼 광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비맥주의 광고팀이 꾸려진 것은 지난해 7월. 길어야 두 달 정도인 광고 제작기간을 감안하면 OB의 준비기간은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길었다. OB 광고의 제작을 맡은 웰콤 관계자는 "OB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친근함을 젊은 세대의 코드로 풀어내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젊은이들의 사고패턴을 조사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오랜 산고 끝에 나온 광고는 모두 6편. 제품의 출시를 알리는 런칭 광고가 3편,제품을 설명하는 제품광고가 3편이다. 4편은 4월에,나머지 2편은 5월 이후에 각각 방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어느 광고에도 친숙한 탤런트 등 기존 모델은 보이지 않는다. 경쟁사인 하이트가 고소영과 이병헌이라는 빅모델을 내세우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비맥주는 4월3일부터 런칭광고 2편을 선보였고 10일부터 제품광고 2편을 추가로 내보낸다. 맥주를 찾는 이들이 가장 많은 금요일에 OB를 찾도록 하기 위해 목요일 저녁에 제품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낸다는 전략이다. 런칭 광고의 가장 큰 특징은 술광고인데도 술 마시는 장면이 한 컷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얼마나 실감나게 만드느냐가 승부의 관건이었던 기존의 광고와 차별된다. 광고의 배경은 옥상이다. 한 남자가 옥상에서 도시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다. 옥상으로 막 따라 올라온 친구가 "왜 불렀냐"고 묻자 남자는 환하게 웃으며 "그냥"이라고 대답한다. 친구의 대답이 재미있다고 느껴졌는지 올라온 친구는 크게 따라 웃는다. 젊은 세대들의 우정에 대한 생각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화다. 배경음악으로는 심플하면서도 경쾌한 허밍송과 기타반주만이 사용됐다. 맥주를 마시는 장면은 목요일용 제품광고에 비로소 등장한다. 오비맥주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목넘김. 카메라의 시선은 집요하리 만큼 모델들의 목젖에 초점을 맞춘다. 쌀 성분을 섞어 넘기는 맛이 부드럽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화면처리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