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印度 과학의 기수 '인도과학원(IISc)' ] 인도 남부 데칸고원에 위치한 방갈로르는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밀집해 있어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통한다. 뿐만 아니다. 이곳엔 인도과학기술의 심장부인 인도과학원(IISc:Indian Institute of Science)이 자리잡고 있다. 방갈로르 중심가 간디 거리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인도과학원은 1백여년전 인도 기업가 잠세티 타타가 인도 과학기술 발전의 초석을 놓기 위해 설립한 학교다. 인도과학원은 인도과학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한다. 핵개발을 주도한 실험물리학의 권위자 라자고팔라 치단바람 박사를 비롯 이름난 과학기술자들은 대부분 이 학교 출신이다. 항공우주기술개발을 주도하는 국립항공우주연구소(NAL)의 경우 역대 소장 4명이 인도과학원에서 배출됐다. 라주 전 인도공과대학(IIT) 델리캠퍼스 총장도 동문이다. 인도과학원은 대학원 과정만 개설돼 있는 연구중심 교육기관이다. 1천7백명의 학생 가운데 70%에 이르는 1천2백명이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N V 라가반 인도과학원 공보관은 "연구소와 대학의 장점만을 취했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이같은 성격의 교육기관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 PhD(박사) 프로그램'은 인도과학원이 연구중심 교육기관으로서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마련한 독특한 학사 운영제도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부졸업생들은 석사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박사 과정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메타 원장은 "능력은 뛰어나지만 박사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연구현장에서 소외돼 있는 젊은 학생들이 많다"며 "이 프로그램은 우수한 젊은 연구자들을 곧바로 연구프로젝트에 투입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소개했다. 인도과학원은 연구중심 교육기관이 갖춰야 할 최상의 지원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선 교수 1인당 학생수가 평균 4명에 불과하다. 인도대학중 유일하게 모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모든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 선발절차도 까다롭기로 이름나 있다. 최고급 두뇌를 뽑기 위한 것이다. 인도과학원은 매년 5월 인도 20개 주요도시에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예비 필기시험을 치른다. 시험과목은 수학 물리 화학 생물이다. 예비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은 방갈로르에서 혹독한 면접시험을 치르게 된다. 면접에선 9명의 교수들이 1시간에서 1시간30분 동안 한 명의 학생에게 집중적으로 질문을 퍼붓는다. 매년 1만5천∼2만명의 이공계 학부생이 지원, 이 가운데 5백명만 입학허가를 받는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입학한 학생들은 화학공학부를 비롯 컴퓨터 물리 전기공학부 등 45개 학부에 3∼5년간 공부하게 된다. 이들 학부 가운데서도 특히 정보통신, 소재과학, 생명과학, 생태학, 환경분야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기물리화학공학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벤카타 크리슈난(28)은 "인도과학원은 연구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보통 하루에 12∼14시간 동안 연구한다"고 말했다. 기업과의 협력관계도 돈독하다. 인도과학원은 방갈로르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산업기술상담센터(CSIC)를 통해 기업에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교내에 기업 연구원들을 위한 단기 교육과정도 개설돼 있다. 현재 세계 4백여개 기업과 공동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정부부처와의 연구협력도 활발하다. 인도과학원은 식품제조에서부터 항공기 및 위성 개발에 이르는 4백여개의 국책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거의 모든 정부부처와 공동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핵개발, 인공위성개발 프로그램 관련 국책과제에는 인도과학원 출신들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 협찬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포스코 ] 방갈로르(인도)=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