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신문지상에 '작은 정부'와 관련된 기사를 자주 본다. '작은 정부'의 '작은'은 1980년대말 미국에서 방만한 기업조직을 강하고 '작은(slim)' 조직으로 개편해 불확실한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경영학적 개념이다. 즉 20세기 초 관료제를 도입해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진 조직의 의사결정 라인을 축소해 인원을 줄이고,줄어든 인원을 보완하기 위해 하위 조직에 권한을 위임(empowerment)해 빠르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영학적 노하우는 기업은 물론 모든 조직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국가도 결국은 경영이기에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런데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한다는 참여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정부 각 부처들은 본격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 직제 확대 개편을 필두로 부처별로 2,3명씩 장관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정책보좌관을 따로 두기로 청와대는 계획하고 있으며,철도청 외교통상부 등 5개 부처의 증원 요청이 이미 3천명을 넘어선 상황이라 남은 부처의 요구까지 합하면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하는 효율이 곧 증원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갖게 된다. 물론 지난 6공 시절,또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초기에 인원을 축소해 효율성을 높이는 시늉을 내다 말기로 가며 슬그머니 조직을 늘려 정부 몸집을 비대하게 만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초기에 조직을 방만하게 확대하는 것은 지난 대선의 논공행상을 두고 위인설관(爲人設官)하는 것이라는 추측마저 불러일으키게 할 수 있다. 또 민간부문의 구조조정을 지속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들릴 지 의문이다. 확대된 청와대 비서실과 장관 정책보좌관을 연계시켜 기용하면 현 정부도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참여' 정부가 아니라 구태의연한 '군림' 정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특유의 추진력과 개혁정신을 발휘해 성공한 정부로 역사에 남으려면 처음부터 구조조정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정신이 필요하다. 작고 민첩한 조직만이 어려운 시대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