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식 <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 4월2일부터 3일간 우리나라에서 'APEC 증권화 및 신용보증시장 발전방안'이란 주제로 국제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신용보증을 통한 증권화'가 중심테마로 선정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운용되고 있는 채권담보부증권(primary CBO)발행방식을 국제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논의가 주된 관심사인 것이다. 우리의 CBO가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발행방식이 독특하고 운용 성과도 좋기 때문이다. 단순히 개별기업에 대한 건별 보증수단으로만 여겨지던 보증제도가 '금융의 마술''첨단금융공학'으로 비유되는 자산유동화증권과 어떻게 결합돼 채권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는지 모두들 궁금해 하고 있다. 한국에서 신용보증과 결합된 형태로 CBO가 발행된 것은 지난 2000년 중반 무렵이다. CBO제도는 회사채 시장기능 마비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나온 수단이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을 집단화하는 방안으로 자산유동화라는 금융기법을 원용하고,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공신력을 지닌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강이 이뤄지게 됐다. 신용보증과 결합된 CBO는 시장의 큰 호응을 받아 단기간내 회사채 시장의 마비현상이 풀리게 된다. CBO는 지금까지 16조원 가까이 발행되었음에도 보증료로 부실금액을 커버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성과를 거뒀다. 최근 CBO제도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것은 운용 성과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CBO발행방식은 아시아 국가간 존재하는 신용도 및 유동성 리스크의 차이에서 오는 역내 채권시장의 미성숙 문제를 해결하는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국제회의에서 우리가 제안하는 내용은 아시아 각국의 신용보증기관 또는 정부기관이 보증한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CBO를 발행하되,역내 채권시장에서 원활히 유통될 수 있도록 아시아 신용보증기구에서 신용보강을 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실행되기까지는 각국의 위험분담 기준,신용평가 방법,대상 회사채의 범위 등 합의해야 할 문제가 많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아시아 채권시장을 활성화하는 방법론을 모색하는 데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한국의 CBO 제도가 전형적인 모델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국제회의를 기점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구체화되면 새정부가 추진중인 동북아 금융허브 건설에도 일익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