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은 무슬림들 삶의 영역을 규정하는 종교로서 전체성(totality)을 특징으로 한다. 국가 기능은 외부의 적인 불신자(不信者)로부터 이슬람 공동체를 보호함으로써 무슬림의 신앙생활을 보장하고 이슬람 종법(샤리아)을 시행하는 데 있다. 이슬람은 세계를 '이슬람(평화)지역'과 '전쟁(불신자)지역'으로 나누고 지하드(聖戰·Holy War)를 통해 전쟁지역을 이슬람지역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시도한다. 지하드는 신도의 영혼구원과 종교전쟁 수행이라는 양면을 가진다. 유태교와 기독교인들은 '경전의 백성'으로서 세금납부를 대가로 이슬람지대에서 공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슬람을 위협하는 불신자'로 보고 이들에 대해 지하드를 수행해야 한다고 이슬람운동가들은 주장한다. 전 세계 무슬림들에게 최고의 권위를 가진 알아즈하르 사원의 셰이크는 얼마 전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대해 성전을 촉구했다. 미국의 중동정책은 △이스라엘의 안보 유지 △중동석유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모순을 안고 있다. 미국의 팔레스타인 민족의 비극 외면,이슬람지대에서의 미군주둔,세계화로 인한 이슬람 위기의식 고조 등으로 아랍인들의 반미감정은 극에 달해 있다. 미국은 지난 12년 간 사담 후세인 정권의 붕괴를 노렸다. 그러나 후세인은 이를 역이용해 정적들을 탄압하고 국민들의 고통을 미국 책임으로 돌리면서 반미감정을 조장해 왔다. 그는 이슬람권에서 세계 최강 미국과 맞서 싸우는 아랍민족주의의 자존심으로 부각돼 왔다. 후세인은 아랍 유목민 전통인 '부족주의'를 이용하고 있다. 족벌체제를 구축해 부족장들로부터 '충성의 맹세'를 약속 받았다. 대신 이들에게 경찰권,일부 사법권,징세권을 부여했다. 미·영군은 후세인에게 충성 맹세를 한 무장민간인들에게 노출되어 있다. 미·영군은 이같은 아랍부족주의 유목문화를 모르고 힘으로 밀어붙이면 전쟁이 단기에 끝날 것으로 예상해 온 것이다. 이라크 정규군 40만명 중 시아파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지배세력인 수니파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미·영군의 공격에 크게 저항하지 않을 것이다. 후세인은 정규군을 미·영군의 총알받이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종족과 종파를 바탕으로 구성된 바그다드군(공화국수비대 특별공화국수비대 특별보안대 사담전사단)은 후세인과 운명을 같이 할 충성파 부족이다. 공화국수비대(4만명)는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안바르,디얄라,모슬,시아파 지역의 충성 맹세를 한 부족들 중에서 충원된다. 이 부대는 이라크의 최정예부대로 바그다드를 '사수'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공화국수비대(2만5천명)는 보안부대로 티크리트,두르,바이지지역의 부족들로부터 충원된다. 이들은 의식화는 잘 돼 있으나 전투훈련이 부족하다. 이 부대는 민간인을 방패삼아 시가전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보안대(5천명)는 주로 장교들로 구성되어 후세인과 가족들의 경호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은 현대식 무기로 무장하고 후세인의 명령이행 여부를 은밀히 확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사담전사단(2만∼4만명)은 반정부세력 색출임무를 띤,잔인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부대다. 후세인은 남부지역에 대한 미·영군의 공격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내륙으로 끌어들여 부족군을 이용해서 치고 빠지는 게릴라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그는 바그다드에서 미·영군에게 치명타를 가하려 한다. 이란·이라크 전쟁,걸프전쟁,12년의 봉쇄,그리고 이번 전쟁의 참화 속에서 버텨내는 이라크국민의 저항은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힘과 아랍유목문화의 부족주의 단결력에서 나온다고 보여진다. 미 군정은 후세인 이후 지금 전쟁보다 더 험한 길을 가야 할지 모른다. 이슬람 신앙과 구속·속박을 싫어하는 유목문화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50년 동안 이스라엘의 억압 속에서도 저항을 멈추지 않는 팔레스타인 민족 투쟁에서 우리는 이라크에 등장할 반제국주의 테러조직의 확산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jong@mju.ac.kr -------------------------------------------------------------- ◇시론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