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이라크공격을 결심했다. 하지만 당시 부시 대통령은 상황이 이렇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유엔 안보리는 분열되고,터키는 미군주둔을 거부했다. 북한은 미국이 이라크사태에 신경을 쏟고 있는 점을 이용,핵카드를 들고 나왔다. 전세계에 만연된 테러불안도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상황은 이러하지만 오늘날의 국제적 위기강도는 구소련 붕괴 이전의 냉전시대보다는 약한 편이다. 이라크전쟁이 발발하면,미국의 희망대로 "완승"으로 끝나지 않을지는 몰라도 베트남전쟁때 만큼의 대가를 치르지는 않을 것이다. 또 소위 "깡패국가"(rogue state)들의 핵무기가 골칫거리로 급부상했으나,연일 "상호핵공격"위협에 떨어야 했던 냉전시대보다는 공포가 덜 느껴진다. 일부 인사들은 냉전시대에는 안정된 상호견제시스템이 작동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또 초강대국들이 서로를 째려보면서도 "게임의 룰"을 지켰다고 믿을 지 모른다. 하지만 쿠바의 미사일 위기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강대국들이 동아시아 중동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수차례 대리전을 치른 사실을 지켜본 사람들은 생각이 크게 다를 것이다. 오늘날 국제사회의 위기수위는 미국과 소련이 냉전의 양대축을 형성했고,서구적 가치가 공산주의나 전체주의에 깊숙히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시대보다는 낮다는 것이다. 2차대전 이후의 냉전시대와 오늘날 국제간 상황에는 다른 점이 또 있다. 냉전시대에는 소위 동맹국들이 부담을 나눠 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우방들이 줄줄이 미국 곁을 떠나고 있다. 이라크전쟁을 반대하는 프랑스와 그의 지지국가들은 미국이 유엔을 단지 "편리한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비난하는 반면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룰"에 의해 국제문제를 처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라크전쟁을 목전을 둔 시점에서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유럽연합(EU) 유엔 등에서 동맹국간 충돌은 여전하다. 이런 마찰로 인한 비용은 앞으로 상당기간에 걸쳐 치러야 한다. 냉전시대가 마감된 후에도 세계평화는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다. 심지어 유럽에서 조차 1990년대 발칸반도에서 엄청난 피가 흘렸고,많은 국가들은 자유를 얻는 대가로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특히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산적한 국제적 문제들을 해결짓지 못했다. 탈레반정권하의 아프가니스탄는 국제적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훈련기지가 됐고,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라크도 유엔과의 합의를 무시하고 사찰단의 입국을 막았다. 심혈을 기울인 팔레스타인에서도 결국 "인티파다"(intifada.팔레스타인들의 대봉기)만을 초래했다. 미국은 이제 1990년대에 해결짓지 못한 여러 문제들로 부터 다시 도전을 받고 있다. 그리고 선택의 폭도 점차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조차 결국 국제문제의 핵심중재자는 미국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미국의 이라크공격이 잘못된 선택일지도 모른다. 서방국가에 대한 이슬람교도들의 분노를 증폭시켜 전세계의 갈등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 "후세인 같은 절대적 독재자들에게 수만은 목숨을 앗아갈수 있는 수단(무기)이 주어져서는 안된다"는 부시대통령의 전쟁명분에도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전세계가 전쟁이 끝나면 이라크민주화 건설에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냉전시대에도 그랬듯 국제적 위기를 푸는 최선책은 참된 민주화의 실현이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3월14일자)에 실린 "Taking on the world"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