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 전시회 세빗(CeBIT)에는 27개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이 가운데 최고 명당은 단연 26번 전시관이다. 전시장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데다 노키아 모로토라 삼성전자 소니에릭슨 등 유수 업체가 둥지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 업체들에게는 이곳에 자리를 잡는 것 자체가 영광스런 일이다. 텃새 탓인지 독일 이동통신사 T모바일은 이런 금싸라기 땅의 5분의1이나 차지했다. 그러나 T모바일 부스의 관심사는 단연 삼성전자 휴대폰이다. T모바일의 화상전화 시연에 사용된 유일한 휴대폰을 삼성이 공급한 탓이다. 첨단 제품의 경영장인 세빗에서는 잘 만든 휴대폰 하나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실감할 수 있다. 13일 열린 삼성전자의 기자회견이 단적인 예다. 참석한 기자 수는 3백여명. 이틀 전에 열렸던 세계 최대 휴대폰 회사 노키아의 기자회견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외신기자가 던진 6개 질문 중 5개는 휴대폰과 관련된 것이었다. 기자들은 특히 삼성이 언제 노키아나 모토로라를 따라잡을 수 있는지 집요하게 캐물었다. 때문에 휴대폰 담당임원은 회견이 끝난 후에도 30분넘게 기자들에게 붙잡혀있어야 했다. 몇 년 안에 특정 업체를 따라잡겠다는 멘트를 기대했던 외신기자들에게 만족할 만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지만 휴대폰과 관련,확실한 "메이저 리거"대접을 받고 있음을 입증한 자리였다. 잠잘때를 제외하고 사람들은 항상 휴대폰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쌓인 브랜드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기업들은 후발주자라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고가 전략을 견지해 "명품" 대접을 받을 만큼 위상을 키워왔다. 그러나 외국 경쟁자들은 우리보다 자본도 많고 기술력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또 세빗에서 선보인 외국 회사들의 콘텐츠는 막강했다. 하드웨어는 우리나라 기업이 앞섰지만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등 휴대폰 콘텐츠는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다. 한국 업체들이 현재 위치에 만족하면서 여유를 부리거나 잠시라도 한눈을 팔아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노버(독일)=김남국 산업부 IT팀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