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여 동안 극한대립을 계속 해왔던 두산중공업 노사분규가 어제 새벽 타결됐다. 민주노총의 동맹 총파업까지 예고되었던 터였고 북핵과 이라크 전쟁,주가폭락 등 어수선한 국내외 정세를 생각하면 사태가 이쯤에서라도 수습된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가 단위 사업장의 분규에 직접 개입하는 선례를 남겼고 정부의 중재가 결국은 노조 편향적인 결과에 이르고 말았다는 점에서 이번 두산중공업 사태는 앞으로 허다한 유사사례를 촉발시킬 망정 바람직한 방향으로 원만히 해결되었다고는 결코 볼 수 없다고 하겠다. 정부가 사측의 부당 노동행위를 이유로 주요 경영자들에 출두 요구서까지 발송하는 등 사실상의 압력을 행사했고 합의내용에서도 사측의 주장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조합원에 대한 가압류 등 사측의 손해배상 요구가 전면 취하됐고,파업기간의 무단결근에 대해서도 임금삭감분의 50%를 지급하며,해고자 5명을 복직시키고,사장명의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등의 합의에 이른 것이 바로 그런 대목들이다. 결국 어렵사리 자리를 잡아가던 무노무임 원칙이 훼손됐고,손실보상 등 사측의 대항수단이 부정당했으며,분규의 책임을 사측이 모두 떠안는 일방적인 결론에 이르고 만 것이다. 사실 이런 결과는 노무현 대통령이 "회사측이 나서서 포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어느정도 예견되었던 일이기도 했다. 또 노동부가 최근 "노동 관련법을 개정, 노조의 파업범위를 해고자 복직 등에까지 확대하고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도 사측의 무조건적인 양보를 강제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번 두산중공업 분규와 비슷한 사태가 다른 사업장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많고 그때마다 이번 사례가 일종의 분쟁조정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되면 IMF사태 이후 어렵사리 자리를 잡아가던 노동시장 규율은 모두 무너지게 되고 자칫 지난 80년대 중후반과 같은 지극히 우려할 만한 분규폭발 현상이 나타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의 노동조합이 강성이라는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정평이 나있는 터고 무디스 등 해외 신용평가사들도 이와 관련한 새 정부의 태도에 비상한 관심을 보여왔던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두산중공업 1개 사업장의 분규는 해결되었지만 작은 것을 얻고 더욱 큰 것을 잃게 된 꼴은 아닌지 그것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