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사태'로 은행권 전체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1조5천억원대의 분식회계가 드러난 SK글로벌의 향배에 따라 채권은행들이 또다시 '부실채권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이후 대우와 현대 사태의 악몽을 잊을 수 없는 은행들은 SK글로벌이 다시 한번 은행권을 흔드는 태풍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감에 휩싸여 있다. 현재 은행권이 갖고 있는 SK글로벌의 채권은 약 4조6천1백억원대로 추산된다. 10여개 국내 은행들이 거의 예외없이 물려 있다. 때문에 SK글로벌이 정상화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국내 은행 전체가 뒤집어 써야 한다. 특히 현재 은행들은 이 회사를 정상기업으로 분류해 대손충당금을 여신의 0.5%씩 밖에 쌓지 않고 있다. 그러나 SK글로벌에 구조조정촉진법이 적용돼 채권이 동결되면 당장 '고정이하'로 분류돼 20%이상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추가충당금 부담만 1조원에 육박한다는 얘기다. 만약 50%까지 쌓는다면 2조3천억원에 이르는 부담이다. 1조원 정도의 채권을 갖고 있는 산업은행 관계자는 "SK글로벌이 정상화에 실패하면 수천억원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며 "그 경우 올해 은행 장사는 다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이 무역금융인 SK글로벌 채무가 제때 상환될지 여부도 은행권이 걱정하는 대목이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종합상사인 SK글로벌의 대부분 은행 채무는 수출환어음 매입 등 무역금융"이라며 "그게 정상적인 거래라면 상환에 문제가 없겠지만 해외 현지법인에 밀어내기로 보낸 수출이나 가공거래라면 상환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지난 대우사태때 바로 그같은 가공수출에 대한 무역금융으로 수조원을 물렸었다. 물론 은행들은 SK글로벌의 영업기반이 탄탄했고 자구노력을 할 수 있는 자산도 있어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 대우나 현대 사태 때와는 다를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해외 채권단이나 시장의 반응에 따라서 예측불허의 사태가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은행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부실에서 겨우 벗어나 은행권이 이제 숨을 돌리는 가 싶더니 SK글로벌이 또 터졌다"며 "이로 인해 올해 당기순이익 목표를 상당히 줄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