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갈수록 걱정스러워지고 있는 국면이다. 생산·출하 등 실물경제 동향이 급격한 내림세라는 건 이미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노사간 대립은 오히려 고조돼 올봄 임단협에 대한 우려를 더하게 한다. 불안감이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그런 양상은 원화의 대(對) 달러환율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주 외환시장 마지막날인 7일 달러환율은 1천2백18원50전으로 3개월래 최고시세를 보였던 하루전보다 또 8원이 올랐다. 원화의 달러 환율은 엔화에 대해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던 양상에서 벗어나 유별나고 두드러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7일에도 엔화의 달러 환율은 뉴욕 도쿄 등 주요 외환시장에서 별 변동이 없었지만 원화환율만 계속 오르고 있다.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 달러로 바꾸어놓고 있겠다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단정,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달러 수요가 늘고 외자유치가 전보다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게 만드는 반증들이 적지않은 것도 분명하다. 원화 예금금리를 계속 낮추어온 국내 은행들이 굳이 외화 예금에 대해서는 금리를 올리는 추세라는 것도 그런 해석을 가능케 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물(物)을 대표한다고 할 외국환 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는 7일 하룻동안 0.16%포인트나 올라 1.53%를 기록했다. 또 한국의'국가부도 스와프금리'(특정국가 부도시 채권금액 전부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지불하는 일종의 보험료)는 1.17%로 작년 11월께보다 0.4%포인트 이상 올랐다. 이것이 국제금융시장에 비친 한국의 최근 모습이다. 걱정스럽고 심상치 않게 느껴지는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굵직굵직한 바이어중 방한 일정을 취소하는 사례가 적지않고 최근 투자나 외자유치 교섭이 거의 성사단계까지 왔다가 결렬되는 일도 잦다. 경제가 정말 위기 국면이다. 정부 기업 근로자 모두 이런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북한 핵,주한 미군 철수론,불확실한 경제정책,불안한 노동시장 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주한 미군 감축은 물론 재배치 논의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더이상 나와서는 안된다. 주한 미군이 안보는 물론 경제에도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집단 이기주의의 타성에 젖어 노사가 제목소리만 고집할 때가 아니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