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고속철도 부산구간 공사가 중단됐다. 단식 투쟁을 앞세운 종교·환경단체들의 반발을 노무현 대통령이 전격 수용한 결과라고 한다. 협의회를 만들어 공사계속 여부를 전면 재검토한다는 것이지만 이런 종류의 재검토가 공사 재개를 결정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정산 구간 터널 통과는 이미 물건너간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일부에서는 대체 노선으로 경부고속도로나 7번 국도로 방향을 바꾸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노선은 기존 시가지와 아파트 밀집지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집단민원은 물론 산기슭의 대대적인 절개 등 환경파괴가 더욱 클 것이라는 것이 건교부의 설명이다. 터널공사 반대론자들을 납득시키면서 동시에 새롭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결국 지난 90년대 중반 경주지역 문화재 보호문제로 대수술을 거쳐야 했던 경부고속철도 문제는 또 다시 마지막 부산 구간 노선을 놓고 대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 되고말 것이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속철도뿐만 아니라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대형 국책 건설 사업들이 잇달아 중단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외곽 순환도로 북한산 구간은 이미 공사가 중단된 상태고 전국적으로 환경단체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는 사업장도 한두군데가 아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막바지 방조제 공사가 진행중인 새만금 사업까지 다시 논란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새만금은 사업 중단까지는 아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사업내용 재검토'를 지시한 상태여서 앞으로 환경단체들의 반발 수위에 따라 사업의 운명이 어찌될지 모른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환경단체들의 주장에 일리가 없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모든 사안을 환경의 관점에서만 평가한다면 좁디좁은 국토의 어느 구석에서 대규모 개발공사가 가능할 것인지 우선 그것부터 궁금하다. 계곡의 댐도 안되고 개펄은 당연한 보존이며,터널은 곤란하고 산지를 절개하는 공사 역시 있을 수 없다면 전국토의 70%가 산지며 나머지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 국토의 어느 곳에서 과연 토목공사가 가능할 것인가 말이다. 단식으로 투쟁한다고 해서 무조건 사업중단부터 선언하는 식이라면 앞으로 어떤 사업이든지 단식하고 투쟁하며 다중이 모여 주장을 내세운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모든 것을 올스톱시킨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