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부실채권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어 큰 일이다. 연체율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데다 연체대금을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으로 바꿔준 대환현금서비스 대환대출 등에 감춰진 잠재부실까지 감안하면,부실규모는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크다고 봐야 옳다. 게다가 경기마저 곤두박질치고 있으니 당분간은 연체율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게 분명하다. 최악의 경우 카드사 모기업은 물론이고 카드사들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인수한 다른 금융기업들에까지 부실이 확산돼,자칫 국내 금융권 전체의 안정을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지난 1월말 현재 9개 전업 카드사들의 평균 연체율은 11.2%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작년말의 3.8%에 비하면 1년만에 3배나 높아진 셈이다. 또한 지난해 카드업계 전체의 대손상각액도 1년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4조5천여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카드사들이 장부상의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대환현금서비스와 대환대출을 마구 늘린 탓에, 지난해말 현재 9개 전업 카드사들의 대환대출 규모만 10조원 이상이며 대환현금서비스까지 합치면 1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환대출이 불과 3개월만에 2배 이상 급증하다 보니 연체비율이 25%를 넘는 등 부실이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여 또다른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뾰족한 대책이 없으니 문제다. 연체율이 10% 이상이고 적자를 기록한 카드사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올 4월 이후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는 적기 시정조치를 예고하고 있을 뿐 별다른 대책이 없다. 그러나 이 정도로 카드부실이 조기에 수습되긴 어렵다고 본다. 정부는 조만간 연체율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경기둔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물론 연체율이 급등한 배경에는 작년 5월 신용카드 종합대책 발표 등 갑자기 규제를 강화한 탓도 있지만, 그렇다고 현금서비스한도 축소 또는 다중채무자에 대한 신용정보 공유 등의 예방조치를 무작정 완화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금융당국은 지금이라도 카드부실에 대한 근본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증자 채권발행 등을 통한 자금확보는 물론이고 단기 ABS를 중장기 채권으로 차환발행하는 방안과 부실카드사의 인수·합병을 포함한 강력한 구조조정 조치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과당경쟁과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 또한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