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원론을 세계적으로 보급시킨 사람은 폴 새뮤얼슨 MIT교수였다. 슘페터의 제자인 그가 쓴 책은 '경제학(Economics)'이었지만 경제원론 교과서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경제원론의 저자로 통용되고 있다. 새뮤얼슨의 책은 1948년 초판발행 이후 무려 50년 간 각 나라 대학의 베스트셀러였는데,우리 대학교수들도 3월이 되면 새내기 경제학도들에게 이 책을 으레 필독서로 추천하곤 했다. 누구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새뮤얼슨의 반세기 경제원론의 아성을 무너뜨린 사람은 하바드대 경제학교수인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45)다. 그가 쓴 '경제원론(Principles of Economics)'은 97년 출간되자마자 경제학 입문서로 지대한 관심을 모아 단번에 새뮤얼슨의 책을 뒤로 제쳤다. '맨큐의 경제원론'이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간결하게 쓰여졌다는 점이다. 경제학의 기본원리들을 꼭 필요한 단어로만 설명했기 때문에 기존의 책보다 분량면에서 수백페이지가 적다. 또 하나는 방향을 달리 잡고 있다는 점인데 경제학의 기본원리가 현실에 적용되는 사례와 정책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다. 경제학 기초과목에서 다루어야 하는 중요한 주제들을 배열하면서 통상적인 관례를 따르지 않은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맨큐가 경제학에 매진키로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대학에 입학해서 수강한 경제원론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책 서문에서 "나는 대학 1학년 시절 경제학과목을 처음 접했 때 느꼈던 그 흥분을 나누고 싶은 바람에서 이 책을 쓰기로 했다"고 실토할 정도로 충격이 컸던 것 같다. 그는 "교육목표 중 하나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깨달아 훌륭한 시민이 되도록 하는 것인데 경제학은 바로 이러한 목표수행에 적합한 학문"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학계의 주목을 받아온 젊은 맨큐 교수가 상아탑에서 나와 백악관에 입성한다는 소식이다. 백악관경제자문회의(CEA) 의장으로 지명된 것이다. 그의 이론이 미국의 경제정책과 실물경제에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