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진과 새 정부 첫 조각 인사때 독특한 스타일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청와대 비서진을 발탁할 땐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을 한명씩 발표했다. 그것도 며칠씩 시간을 두면서 차례차례 선보이는 식이었다. 문재인 민정수석, 박주현 국민참여수석, 이해성 홍보수석 등을 며칠씩 시차를 두고 발표됐다. '사고'로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일찍 발표돼 버리긴 했지만 문희상 실장, 유인태 정무수석도 그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시민단체 운동가, 재야 변호사, 현직기자가 포함된 이들 최측근 비서진을 한꺼번에 발표했다고 한번 상정해 보라"고 말했다. 충격완화 요법을 쓴 것이란 해석이다. 새 인물들이 일시에 등장할 경우 느끼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필요 이상의 충격으로 반감을 살 경우 개혁을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조각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금실 법무, 김두관 행자, 이창동 문화관광,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 등 '파격인사'의 대상들은 각료발표 며칠전부터 서서히 신문지상의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이다. "이러이러한 사람도 거론되는 것 같다" "누구누구도 장관 후보명단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발표도 되기 전에 이들과 관련된 기사는 인물탐구에 가까운 수준으로 흘러나왔다. 이 역시 개혁적인 비서진 기용때와 마찬가지 방식이다. 전격적인 발표에 따른 혼란을 미리 막고 여론의 반응까지 떠본 것으로 해석된다. 재야.시민단체 출신을 국정핵심으로 끌어들이면서 국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낯선 인물들을 한꺼번에 발표해 관심이 흩어지는 것보다 내정자 개인들이 언론의 조명을 집중적으로, 또 충분하게 받게 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누렸다. 노 대통령은 인선에서 경제분야는 전문성을 고려했으나 청와대 비서진과 사회 문화분야는 과거의 개혁적인 행적과 함께 일한 인연을 중시한 듯하다. 이 때문에 "386세대 측근에 과도하게 기댄다" "주변사람만 쓰려 한다" "인재풀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