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다국적 제약그룹인 로슈는 신종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제 `퓨전(Fuzeon)'의 연간 판매가를 사상 최고액인 1만8천980유로(2만7천870 스위스프랑)로 책정했다고 현지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로슈는 현재 시판되고 있는 에이즈바이러스(HIV)/에이즈 치료제 가격의 두배가 넘는 고가(高價)를 부과한 것은 100단계 이상의 공정을 거쳐야 하는 제조과정의 복합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로나 로슈는 퓨전이 고가의 치료비 부담으로 인해 개도국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인함으로써 에이즈 치료제의 저가공급을 둘러싼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고 스위스국제방송은 전했다. 퓨전은 일반 에이즈 치료제와는 달리 에이즈바이러스가 건강한 인체의 면역세포에 침투하는 것은 차단하며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신약이다. `T-20'으로 불리는 퓨전의 개발비는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고 8억4천만 프랑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슈측은 퓨전의 수익마진에 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으나 연간 판매액이 최고 5억 프랑에서 10억 프랑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북미와 유럽에 에이즈 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환자들이 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가까운 장래에 퓨전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