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끈하게 빠진 재규어 X타입 3.0의 차체는 눈으로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선한 눈망울을 연상케하는 트윈 헤드램프와 우아하게 굴곡진 후드는 자연스런 조화를 이루며 감상미를 한껏 돋군다. 대형차 세그멘트에 속하지만 외관에 이끌리다 보면 전혀 대형차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공기역학적인 유선형의 차체 디자인 때문일까. 그러나 문의 손잡이를 당기자 육중함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문을 여닫을 때 들려오는 소리는 그 무게감을 더해준다. 운전석은 운전자를 차와 한몸이 되라는듯 꼬옥 조여준다. 속도계 연료계 등을 모아놓은 계기판은 첨단 이미지를 멀리하고 고전적인 디자인을 채택해 오히려 신선했다. 헤드램프 스위치는 운전대에 붙어있는 게 아니라 운전대 옆 보드에 회전 스위치식으로 설치돼 약간 낯설었다. 센터페시아의 라디오도 아래쪽으로 치우쳐 있어 주행중 작동하기가 다소 거북스러웠다. 대형차답지 않게 뒷좌석은 좁은 느낌을 주었다. 시동을 켜자 들릴듯 말듯 잔잔한 엔진음이 흐른다. 강한 느낌을 받을 수 없는 소리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자 튕기듯 달려나가는 저돌성이 만만치 않다. 대형차의 무게는 다시 사라졌다. 가속페달에 힘을 실었더니 스포츠 세단의 장기를 마음껏 자랑해댔다. 부우우웅~. 엔진소리가 기분좋은 저음으로 바뀌면서 가속력을 뿜어냈다. 앞서 가던 차들이 휙휙 뒤로 물러났다. 상시 4륜 구동인지라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S형 도로를 주행해도 차체 전체가 노면에 착 달라붙은듯 쏠림현상이 적었다. 50km 정도를 달린후 연료계를 보았다. 1.9t의 몸무게에 상시 4륜 구동은 어쩔 수 없었는가 보다. 연료계 바늘이 한 눈금 줄어들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