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yh@ksf.or.kr 최근 과학기술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우수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자연계 대학원의 정원 미달,과학기술인의 사기 저하,연구개발 생산성의 저하…. 이러한 사태는 이른바 '전략적 변곡점'이란 개념을 생각하게 만든다. '변곡점'이란 곡선이 '볼록에서 오목으로' 또는 그 반대로 바뀌는 지점을 말한다. 바꿔 표현하면 곡선의 휘는 정도가 바뀌어지는 시점,예컨대 '양에서 음으로' 부호의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다. '전략적'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경영의 차원에서 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기로적 상황에 처한 시점을 일컫기 위함이다. 지난 87년 인텔의 CEO로 부임한 앤드루 그로브 회장,그 당시 인텔의 주력분야였던 D램이 일본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을 잃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를 간파한 그로브 회장은 회사내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D램을 포기하고,보다 기술집약적인 마이크로프로세서에 핵심역량을 집중키로 결정했다. 그로부터 10년후인 96년,적자기업 인텔은 매출규모 2백8억달러가 넘는 미국내 제5위권의 거대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것은 미래변화에 대한 예측력이 탁월했던 한 CEO가 전략적 변곡점을 일찍 간파하고 기업을 존폐의 기로에서 융성의 길로 발전시킨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전략적 변곡점은 인식하기가 언뜻 쉬워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잔잔한 물결이 파도로 일기 시작할 무렵 그것이 해일로 엄습해 온다는 것을 일찍 감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시장의 폭발적인 원동력이 되기 5년전만 하더라도 우리의 경제와 생활양식에 이렇도록 엄청난 영향을 주리라고 얼마나 예견되었던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시장과 사회의 기본토대에 급격한 변혁을 초래할 새로운 과학기술이 바로 눈앞에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우리나라엔 새로운 전략적 변곡점이 급속히 도래해오고 있다. 바로 2005년이다. 그 해엔 중국의 제10차 5개년계획,일본의 제2차 과학기술기본계획,미국의 핵심기술개발사업 등이 종료된다. 우리를 먹여살려주고 있는 전자통신분야의 표준도 사실상 끝난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에게 엄청난 도전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더 늦기 전에 범국가적인 대응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