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메이커(The Rainmaker)'는 국내에서도 상영돼 크게 히트한 영화다. 밀리언셀러 법정소설을 여러 권 쓴 변호사 출신 작가 존 그리셤의 소설을 영화한 것으로,한 신출내기 변호사가 거대 보험사의 소송을 책임진 부도덕한 로펌 변호사들과 싸워 결국 승소한다는 내용이다. 레인메이커는 가뭄이 들 때 하늘에 제사를 지내 비를 내리게 하는 인디언전설에서 유래하고 있는데,변호사사회에서는 부유한 고객의 소송을 맡아 돈만을 쫓는 변호사를 일컫는 말로 비아냥기가 섞여 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변호사는 인기 있는 직업이고 누구나 동경하는 직업이긴 하나 평판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 "좋은 변호사는 나쁜 이웃"이라든지 "흰 것을 검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변호사와 화가뿐"이라든지 하는 변호사를 폄훼하는 많은 얘기들만 봐도 그러하다. "변호사들은 모두 아귀다툼을 하는 지옥에 있다. 평화로운 천당에 그들이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등의 변호사를 빗댄 조크들도 부지기수이다. 인권보호와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변호사에 대한 기대가 이렇듯 역설적으로 표현되는 것은 흥미롭다. 어쨌든 변호사들은 일반인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받고 있다. 사소하게 일탈을 해도 크게 문제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실제 사회적인 물의를 빚는 사건들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 정도를 넘는 고액 수임료를 받고,성의없는 저질의 법률서비스를 하고,진실규명보다는 성공사례금에 신경을 쓰는 것 등이 가장 흔한 예이다. 과도한 수임경쟁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심지어는 전문적인 법률지식을 범법행위에 악용해 신뢰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변호사들이 지켜야 할 윤리는 엄격한 편이어서 우리나라의 경우 변호사법 외에 변호사윤리강령 변호사윤리규칙에서 세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마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며칠전 예비변호사들이 윤리시험을 보면서 남의 답안지를 베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양심으로 무장해야 할 변호사들이 시작부터 이 지경이니 그저 딱하다는 생각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