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만지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올 봄엔 이런 헤어 스타일이 주목받는다. 로레알 웰라 비달사순 등 두발 전문 브랜드들이 내놓은 봄·여름 헤어 트렌드는 자연스럽고 관능적인 여성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층을 많이 준 비대칭 커트로 자유로움을 살리거나 인공적인 느낌 없이 나풀거리는 웨이브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표현한 스타일이 주류를 이룬다. 남자 같기도 하고 여자 같기도 한 양성적 느낌의 짧은 커트도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웰라는 과거에서 모티브를 땄다. '에너제틱 앤티크'는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 여장부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자유롭게 헝클거나 리본으로 느슨하게 묶어 표현한다. '퓨어 로맨틱'은 몽상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굵게 웨이브를 주거나 두 갈래로 땋는 롤리타(소녀) 스타일이다. '그래픽 엘레강스'는 1930년대 시카고 암흑가에서 이미지를 따왔다. 소년처럼 짧은 커트를 회백색이나 검은색으로 강조했다. 비달사순은 '미드나잇 캔디'라는 타이틀로 6가지 스타일링을 제시했다. 대담한 커팅으로 조형미를 살리면서 한올한올 머리결을 살려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스타일별로 자유롭게 헝클거나 매끄럽게 정돈해 두 가지 모습을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깡총한 머리가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슈가',이리저리 흩어진 채 요염하게 흘러내리는 '앤젤',짧은 앞머리와 긴 뒷머리가 어우러져 육감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디바인' 등이 대표적이다. 모카브라운,블랙,다크브라운 등 짙은 컬러가 주로 쓰였다. 로레알 프로페셔널 파리는 '컬러 미라쥬'라는 이름으로 휴가지에서 만난 듯 여유롭고 나른한 느낌의 스타일을 제시했다. 둥근 선인장처럼 볼륨감 있는 모양새를 따뜻한 색상으로 염색하거나(테라코타 유니버스),폭포수처럼 굽이치는 웨이브를 자연스럽게 풀어헤치거나(시리얼 유니버스),짧은 커트를 복실복실하게 표현해 양성적 느낌을 낸 스타일(미네랄 유니버스)이 눈길을 끈다. 컬러는 부드럽고 창백한 톤의 골든 블론드,실버,진주빛 블론드 등이 제시됐다. 국내 트렌드를 담당하는 로레알 포트폴리오 그룹의 최가을씨(최가을 헤어드레서 원장)는 "패션 경향에 맞춰 복고풍이 주류로 부상한 대신 컬러는 자연주의 영향으로 부쩍 점잖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여러 전문가들도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는 가운데 자연주의의 위력과 로맨티시즘의 영향으로 침대에서 막 뛰쳐나온 듯한 '침대맡 머리'가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 같다"고 얘기했다. 자연스럽게 헝클어진 스타일을 살리는 데 중요한 것은 건강한 머리결이다. 머리결이 따라주지 않으면 자칫 잠자리에서 일어나 그냥 나온 사람처럼 보일 위험이 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