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사가 한국의 국가신용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A3인 현재의 신용등급 자체를 낮춘 건 아니지만 등급전망을 종전의 긍정적(positiv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두 단계나 일시에 떨어뜨린 것이다.

이미 한국의 국가위험도를 재평가하겠다고 밝혔었고 지난달 20일엔 서울에서 현장 조사까지 벌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신속하게 두 단계나 전망을 떨어뜨린 것은 놀라운 일이다.

무디스의 신용전망 강등이 조만간 실질적인 등급조정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하고 북핵문제가 급기야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에까지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는 면에서 이번 조치는 우려할 만한 사태 전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달러화 표시 국채가격이 벌써 급락세로 돌아섰고 국가신용 등급에 연동되어 있는 한전 등 국영기업의 신용전망도 두 단계씩 동시에 하향조정되고 있어 국가 위험도 재평가의 후폭풍이 장차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는 예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 북핵사태가 과거보다 과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했다"는 무디스측의 전화 통지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제금융계가 한반도 정세를 점차 '구체적 위험'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그것은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서울증시에서 꾸준히 주식을 팔고 있는데서도 감지되어 왔던 일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나 외국인 증권투자자가 아니더라도 북핵문제는 햇볕정책을 고집해온 일부 당국자를 제외한다면 누구라도 최대의 위험으로 인식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대북송금 문제까지 터지면서 한국정부와 기업에 대한 투명성도 심각한 상처를 입었던 터다.

북핵문제가 신용등급을 강등시킨 이유의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데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방한했던 무디스 관계자가 밝혔듯이 한국 새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나 노조 편향성에 대해서는 국제금융계도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무디스와는 달리 "당장 신용등급을 조정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S&P와 피치사의 발표지만 이들 역시 북핵 문제가 장기화되고 지금처럼 국내경기도 악화일로를 걷는다면 미상불 신용등급 조정작업에 나설 것도 뻔한 일이다.

새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일개 신용평가사의 보수적인 입장이 반영되었을 뿐이라고 치부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에 대한 국제적인 시선이 점차 싸늘해지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는 바탕 위에서 신속하고도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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