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SK회장이 제28대 전경련회장을 맡게 됐다. 오늘 열리는 총회에서의 선임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손 회장을 추대하기로 회장단이 의견을 모은데다 본인도 수락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확정됐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지금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전경련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관심이 증대 될 수밖에 없게 돼있는 상황이다. 경제전망이 지극히 불투명할 뿐 아니라 '재벌개혁'을 기치로 내건 노무현정부 등장에 따라 정·재계간 관계도 새로운 형태로 재정립되지 않으면 안될 여건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손 회장은 어려운 때에 전경련을 맡게 됐다고 볼 수 있고,또 그런 만큼 책무도 막중하다고 하겠다. '재계의 얼굴'인 전경련 회장은 꼭 오너이어야 할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전문경영인이 더 적합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오늘의 복잡한 상황은 새 회장으로 전문경영인을 요구한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정부와의 관계만 놓고 보더라도 그런 측면이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손 회장을 재계의 적절한 선택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점에서도 그런 해석이 가능하다. 전경련은 냉정히 말해 임의단체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그것이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인식되고 있는 까닭은 따지고 보면 간단하다. 구성원이 이땅을 대표하는 대기업인이라는 점에 더해 철저히 자율성을 유지해온 경제단체이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의 기본이 민간자율이란 점을 되새기면 전경련의 기능과 역할의 중요성은 자명해진다. 그러나 전경련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손 회장 체제의 전경련이 안고 있는 과제는 새 시대에 걸맞은 전경련의 위상을 어떻게 정립하느냐다. 대(對)정부 관계는 물론 국민과의 관계도 그런 차원에서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인수위에서 주장하고 있는 집단소송제 상속세 완전포괄과세제 등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문제만이 대정부 현안일수는 없다. 물론 인수위가 추진하고 있는 갖가지 비현실적 개혁구상에 대해서는 경제계의 반대입장을 거듭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선에서 그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벌개혁론이 대두되는지,반기업적 시각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까닭이 무엇인지를 냉정히 되새겨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출자총액제한제,사유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결과할수도 있는 제2금융권 계열분리명령(청구)제 등이 나오게 되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재계 스스로 개선해야 할 것은 개선하고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면 이 또한 바로잡아 나가야 한국자본주의는 한단계 더 성숙할 수 있다. 바로 그렇게 하는 것이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경제단체로서 전경련이 해야할 일이다. 세계적 조류인 윤리경영의 확산도 전경련이 해야 할 일이고,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시장경제를 바르게 인식시키는 것 역시 더이상 게을리해서는 안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