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인 손길승 SK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을 맡게되면서 전경련의 향후 활동방향과 위상변화가 관심을 끌고있다. 손 회장에게는 재계를 강력히 결속시켜 재계 대표로서의 전경련의 위상을 지켜야 하고 3대 개벌개혁 과제를 강력히 추진하려는 차기정부의 공세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정부와 재계의 관계가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인 만큼 손 회장의 행보가 우리 경제의 앞날에 적지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결속시킬수 있나 = 손 회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 등 실세 오너 회장들의 고사로 인해 이들을 대신할 적임자로 전경련 회장직을 맡은 만큼 재계의 결속을 이뤄내느냐가 성공적인 회장직 수행여부를 결정할 관건으로 지적된다. 손 회장이 비록 재계 3위인 SK그룹을 이끌고 있지만 `손 털고 떠나면 그만'인 전문경영인이기 때문에 재계의 대표성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바로 이 점을 둘러싸고 재벌 총수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도 이런 점을 의식, 전경련 회장 수락 조건으로 `회장단의 절대적 지지'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상 전경련의 대주주라고 할 수 있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손 회장을 지지한데다 원로급 회장들이 능력과 경륜을 높이 사고있어 손 회장이 재계의 대표로 결속시키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관계자들이 내다보고 있다. 다만, 민감한 사안인 재벌개혁 문제 등을 둘러싼 정부와 재계의 줄타기에서 실수하거나 재계간 이해관계를 제대로 조정하지 못할 경우 손 회장의 입지가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벌개혁 어떻게 대응하나 =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천명한 집단소송제, 출자총액 제한제도, 상속.증여세 포괄주의 등 3대 재벌개혁 과제에 손 회장이 이끄는 전경련이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 전경련은 그동안 여러차례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을 강도높게 비난, 노 당선자측으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으며 정치권 일부에서는 전경련 개혁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손 회장은 평소 `정부와 기업은 협력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대결국면을 조장하기 보다는 타협하고 협력하는 쪽으로 정부정책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은 전경련 취임조건으로 정부와의 협력, 국민에게 사랑받는 전경련을 내세운 만큼 재벌개혁에 대해서도 재계와 정부간의 거중조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 문제와 관련, "전경련은 재계대표 단체라는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정책 등에 대해 재계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만큼 재벌개혁을 둘러싸고 어느정도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시기나 수위 등을 조정하고 또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도 6일 기자들에게 재벌정책 등 정부와의 갈등에 대해 "우리의 기본 포지션은 정부와의 협력"이라며 "우리의 진실을 언론이 제대로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전경련이 목소리는 내는 것은 기업이 분식회계나 허위공시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행위를 막는 방안을 놓고 기업의 처방이 있고 정부측의 처방이 있는데 이런 것을 서로 토론해서 보완하자는 것이지 정부의 안에 반대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직 인수위도 손 회장의 전경련 회장 취임을 반기고 있어 차기정부와 재계간 갈등관계는 일단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재벌 총수들은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을 내심 반대하고 있어 손 회장이 이끄는 전경련이 움직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전경련 부회장 어떻게 되나 = 손 회장이 전경련 회장에 취임하면 손병두 현전경련 부회장도 연임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손 회장과 손 부회장은 진주중 동기이자, 서울대 상대, ROTC 1년 선.후배로 각별한 인연이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정치자금 제공원칙 표명 등 재계 현안 처리에서 손발이 잘 맞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손 회장이 손 부회장을 계속 기용하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손 부회장의 유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 전경련을 젊고 개방적인 인물이 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고 재계 일부에서는 손 부회장이 차기정부측과 마찰을 빚는 등 독단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는데다 손 회장과의 `각별한 관계'가 전경련의 업무추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며 그의 연임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