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그동안 추진해온 대북 사업의 윤곽이 드러났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5일 금강산 육로관광 사전답사에 앞서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낭독한 축사를 통해 지난 2000년 북측의 사회간접자본과 기간 산업시설에 대한 30년 사업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축사에서 그는 북측과 추진해왔던 사업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밝혀 눈길을 끌었다. ◇30년 권리 따낸 사업들 = 사업 내용에는 금강산 관광을 비롯해 ▲개성, 통천지역 공단 건설과 운영 ▲경의선, 경원선, 금강산선, 동해북부선 등 남북 철도 연결및 운영 ▲북측 시내외 및 국제전화 관련 유무선 통신, 인터넷 사업 ▲북측 발전시설 건설 등 전력 공급 사업 등이 우선 포함됐다. 또 ▲관광객, 물자 수송을 위한 통천비행장 건설과 운영 ▲백두산, 묘향산, 칠보산 지역 종합 관광산업 ▲금강산 저수지와 주변 하천 일대 수자원 이용 사업 ▲임진강 유역 댐 건설 등도 들어있다. 이 외에도 사업권 적용 여부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협력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고선박 해체와 재활용 공장 건설 ▲연간 720만장 규모를 생산할 수 있는 기와공장건설 및 운영 ▲3만여평 규모의 금강산 영농장 운영 ▲남북 체육 교류를 위한 평양체육관 건설 등도 공개했다. 30년 사업권에 포함된 사업들은 최근 감사원이 현대가 북한에 송금한 2천235억원의 용도에 대해 사용처로 제시한 '7개 대북사업'과는 일단 그 수에서 일치하지 않지만, 북한이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발표한 협력 사업과 대부분 맞아 떨어진다. 감사원은 '7개 대북사업'에 대해 국가기밀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북한은 지난 2일 정 회장이 5일 밝힌 사업들을 대부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그러나 30년 사업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었다. ◇현대 대북사업 경과 = 현대의 대북 사업은 지난 98년 6월,10월 두 차례에 걸쳐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금강산 관광사업 등에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앞서 정 명예회장은 89년 1월 처음 방북해 김일성 주석과 금강산 남북공동개발의정서를 체결했으나 본격적인 사업 시작은 10년 뒤에나 가능했다. 정 명예회장은 98년 당시 금강산 관광 외에도 ▲서해안 공단 조성사업 ▲평양실내체육관 건립 ▲자동차 공장 건설 ▲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 ▲남북 원유 공급 파이프 연결 등 여러가지 사업에 합의했다고 발혔으나 구체적인 합의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는 이때 합의를 기초로 지난 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을 시작했고 99년 2월에는 온정각 휴게소와 금강산 문회회관을 준공하면서 대북사업을 전담할 ㈜아산(현 현대아산)을 설립했다. 현대는 그러나 금강산 관광이 당초 기대와 달리 해마다 대규모 적자를 내고 2000년 3월에는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그룹이 해체되는 등 위기를 맞으면서 다른 사업추진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그나마 정 명예회장이 북측과 합의한 대북 사업 가운데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은 ▲금강산 관광 ▲서해안공단(개성공단) 조성 사업 ▲평양실내 체육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현대아산이 주체인 남북 공동 영농사업은 일부 진행 중이나 그 규모가 작고, 컴퓨터 조립라인과 지붕재 생산 설비 구축도 일부 진행되다 흐지부지된 상태다. 인터넷 사업과 통신사업, 북한 SOC사업, 제3국 건설시장 공동 진출 등도 합의됐지만 역시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남북철도도로 연결 사업도 남측에서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이 주로 공사를 맡고 있으며 총공사 비용도 약 1천5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7대 사업이란 명칭이 따로 있는지는 우리도 알지 못한다"며"정 명예회장 때부터 추진해온 대북 사업은 많지만 지금은 육로 관광과 개성공단에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사업은 정 명예회장이 북측과 합의한 이후 답보상태지만 향후 남북관계와 자금 사정을 고려해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