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추곡수매가를 지난해보다 2% 내리기로 하고 이같은 방안을 이번달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추곡수매가 인하는 처음 있는 일로서, 농정 대전환의 신호로 풀이된다. 벌써부터 농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이를 의식한 정치권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국회동의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농업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동시에 양특적자로 인한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추곡수매가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벼농사가 국내 농업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추곡수매가 인하가 가뜩이나 어려운 농가경제에 큰 타격을 주리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내년에 세계무역기구(WTO)와 국내 쌀시장 개방에 관한 재협상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농업 구조조정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는 일이다. 쌀시장 관세화가 유예된 지난 10년 동안 정부와 정치권이 아무런 대책 없이 구조조정을 미룬 결과, 국내외 쌀값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고 쌀 재고도 적정량의 2배 수준인 1천만석을 훨씬 넘는 형편이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정치권 일각에서 추곡수매가 인하 결정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난 받아 마땅하다. 쌀시장 관세화가 채택될지 아니면 지금처럼 관세화 유예가 연장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강력한 농업 구조조정을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국내외 쌀값 차이를 줄이기 위해 국내쌀 생산비를 최대한 낮추는 일이 당면과제다. 그 다음으로 시장자율적인 쌀수급 조정기능의 활성화를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만 만성적인 쌀 과잉생산을 막고 국산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당국은 영농규모 대형화, 쌀 품질개선, 유통경로 개방, 수매제 폐지 등을 하루빨리 단행해야 할 것이다. 이번 추곡수매가 인하는 이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상되는 충격을 일시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논농업 직불제 등과 같은 농가소득 보전방안을 시행하는 것은 충분히 양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직불금을 지나치게 늘릴 경우 자칫 구조조정 의지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전작보상제 수입보험제 등도 대안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일은 우리 농업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농민들에게 숨김 없이 밝히고 자발적인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다. 그것만이 시장개방의 충격을 헤치고 농업 구조조정을 성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