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한약재 주성분의 일반의약품을 `한약제제'로 별도 표시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약사회와 한의사협회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5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약사법상 일반의약품인 `쌍화탕' `우황청심환' 등 한방 의약품 상표에 별도로 `한약제제'임을 명시토록 하는 내용으로 관련 고시를 개정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복지부 방침은 현재 `××우황청심환'으로 돼 있는 우황청심환 제품 상표의 제품명 표시를 `××우황청심환(한약제제)'로 바꾸자는 것이며, 이렇게 되면 현행법상의률 기준이 모호했던 의사의 한약제제 처방 행위를 보다 엄격히 규제할 수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의 한약제제 처방을 `면허범위'에서 벗어나는 의료행위로 포괄 금지하고 있는 반면 약사법에는 의사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한약제제도 처방할 수 있도록 허용돼 법리적 모순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과 약사법에서 의사의 한약제제 처방에 관한 규정이 서로 상충돼 `한약제제 별도 표시'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면서 "그동안 유권해석 등을통해 구축된 우리 부 입장은 의사의 한약제제 처방이 관련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식약청이 복지부의 요청을 받고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논쟁 주체가 이해 당사자인 `의사-한의사'에서 엉뚱하게 `약사-한의사'로 뒤바뀌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식약청이 의견을 묻자 먼저 약사회가 제약협회와 손잡고 복지부 방침에 정면 반대하고 나섰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의약품이 양약과 한약으로 이원화되는 결과를 가져와 `한-약분쟁'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고, 한약제제 분류 기준도 명확치 않아 공연히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약사회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의사협회는 `한약제제 별표 표시'를 통해 독립적인 한약제제 분류체계를 확립하면 의약품 사용 과정의 혼선을 줄여 국민 보건증진에 도움이 되고, 국산 한약제제의 국제 경쟁력 강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의협과 함께 직접적 이해 당사자로 할 수 있는 의사협회는 식약청의 의견 조회에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식약청은 상황이 이처럼 전개되자 사실상 한약제제 별도 표시에 관한 고시 개정이 어렵겠다는 입장을 `관련 법률 재검토 요청' 형식으로 복지부에 전달했다. 복지부도 식약청을 통한 고시 개정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약사법 시행 규칙을 손질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약분업 도입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의 집단이기주의적 성향은 정도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명백한 한약제제를 `한약제제'라고 표시하는 일조차 이처럼 어려운 것이 우리 보건의료계의 현실"이라고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기자 j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