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4천3백만달러에 그쳐 비상이 걸렸다. 연말 밀어내기 수출의 영향으로 해마다 연초가 되면 무역수지가 좋지 않은 게 보통이지만,올해엔 고유가에다 환율불안까지 겹쳐 국제수지 흑자기조 유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이라크전이 장기화되거나 돌발사태가 생길 경우 유가폭등으로 인해 국제수지 악화는 물론이고 성장 물가 등 경제전반에 걸쳐 큰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는 만큼 관계당국은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당장은 석유소비를 최대한 절약하는 게 급선무다. 발전 석유화학 수송 난방 등에 필요한 절대량을 확보해 최악의 경우 산업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물론이고,원유수입대금을 대폭 줄여 국제수지를 방어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정부가 다음주부터 유흥업소 백화점 골프장 주유소 등의 옥외조명을 제한하고 승용차 10부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값이 최근 배럴당 29달러 이상으로 치솟음에 따라 유가상승이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직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석유수입부과금과 관세의 단계적인 인하뿐만 아니라 내국세의 탄력세율 적용 등도 서둘러 단행해야 한다. 그러나 고유가 외에도 국제수지를 압박하는 국내외 악재가 적지 않아 걱정이다. 우선 지난해 말부터 달러화 가치가 급격히 약세를 보이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채산성이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게 큰 문제다. 1월 수출증가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했지만 환율하락의 영향이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2분기 이후 수출의 급격한 감소가 우려된다. 또한 국제수지 흑자기조에 절대적으로 기여해온 대중국 수출도 중국측의 수입규제 강화로 인해 낙관할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지난달 말 현재 중국이 우리 수출품에 대해 수입규제 조치를 내렸거나 덤핑조사를 진행중인 품목이 16개나 되며 대상품목도 IT분야로 확대되고 있어,자칫 4년여만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가뜩이나 내수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북한 핵개발로 인한 긴장고조와 새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마당에,고유가와 환율불안까지 겹쳤으니 경제사정이 극히 어려워질 건 너무나 자명하다. 그렇다면 정부당국은 고유가대책 외에도 원화환율이 지나치게 고평가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한편,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북돋우기 위한 종합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