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중심가에서 택시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싱가포르대 캠퍼스. '켄트리지'란 언덕위에 들어선 부지 45만평 규모의 캠퍼스내 건물들이 아름드리 나무에 둘러싸여 있다.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대표적인 금융 정보기술(IT) 허브이자 다국적 기업의 천국으로 만드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싱가포르국립대학. 고촉동 총리 등이 이곳 출신이다. 싱가포르에서 지도자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로 통한다. 지도자의 산실로 평가받고 있다. 캠퍼스 곳곳에는 연구기관들이 들어서 있다. 싱가포르게놈연구소 등 국립연구기관만도 12개에 이른다. 대학이 설립한 연구소도 14개나 된다. 단과대학 연구소도 65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하나인 '실리콘나노디바이스랩'을 찾았다. 반도체웨이퍼 신제품을 개발하는 이곳은 클린룸 시설인 탓에 방진복과 방진마스크,방진화를 착용한 후 들어갈 수 있었다. 50여평 남짓한 공간에는 각종 장비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교수 6명과 석.박사과정 학생 25명이 함께 활용하고 있다. 전기 및 컴퓨터공학과에서 포스닥과정을 밟고 있는 주문식 연구원은 "반도체분야의 일류 기업에서도 찾을 수 없는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며 "장비값만도 1백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 및 컴퓨터공학과가 현재 진행중인 각종 프로젝트의 규모가 1백10억원에 이른다. 해외 협력 파트너에는 한국의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도 끼어 있다. 주성측은 산학협력 차원에서 저렴한 가격에 기자재를 공급했다. 연구소들은 기초연구를 진행하면서 실제 기업에서 활용될 수 있는 연구성과를 도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곳의 시설과 인력이 뛰어나다보니 정부기관과 기업으로부터 연구개발용역이 쏟아져 들어온다. 싱가포르대는 '지구촌의 지식기업(Global Knowledge Enterprise)'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교육과 연구, 기업가 정신간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졸업생들이 신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하거나 첨단기술기업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할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 운영하고 있다. 3학년 2학기가 되면 공대생들은 의무적으로 6개월간 산업현장에서 인턴과정을 마쳐야 한다. 대학에 제출된 여러 기업의 프로젝트 가운데 한 개를 골라 연구한 뒤 그 결과물을 제출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월 5백달러 가량을 받는다. 대학에서 설립하는 기업인 '샤오반(校辯)기업' 지원도 산학 연계를 위한 프로그램의 하나다. 연구소에서 분사한 기업들을 관리하기 위해 지난 95년 싱가포르테크놀러지라는 지주회사를 세웠다. 이 지주회사는 현재 바이오인포메틱스사 링크스바이오텍사 등 22개사를 거느리고 있다. 창업지원을 위해 '기업가정신센터' '테크노기업가정신훈련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다. 창업 붐을 조성하기 위한 단과대학간 경쟁도 치열하다. 공대가 설립한 '학생인큐베이션센터'가 인기를 끌자 컴퓨터대도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휴렛팩커드의 지원을 받아 '인큐베이션센터'를 세웠다. 인큐베이션센터는 설립 1년만에 소프트웨어업체인 '프라이어 턱' 등 4개 학내 창업기업을 입주시켰다. 산학연 체제가 확고하게 다져지면서 외부 기부도 줄을 잇고 있다. 2000년 7월부터 2001년 6월까지 들어온 기부금은 4천9백5만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싱가포르 정부가 전체의 55%인 2천6백90만달러를 기증했다. 차터드반도체 엑슨모빌 글락소웰컴 듀폰 등 42개 기업, 기관들이 5만달러 이상을 냈다. 싱가포르대는 세계적 명문대로 도약하기 위해 '국제화'를 내걸고 있다. 미국의 MIT, 조지아공대, 존스홉킨스대, 시카고 경영대학원, 독일 아헨공대 등 7개 대학과 '월드클래스 유니버시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개교 1백주년이 되는 2005년까지 세계의 주요 도시에 모두 5개의 분교를 세울 계획이다. 그 첫번째로 이미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분교를 설립했다. "기업가정신까지 겸비한 우수 학생들은 제휴를 맺은 외국의 명문 대학에서 1년간 공부하는 것은 물론 창업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된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싱가포르=최승욱.송태형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