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가 조흥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두 은행은 '기쁨'과 '비탄'으로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신한지주는 정부의 우선협상자 선정 발표 이후 곧바로 라응찬 회장이 "이번 결정을 기쁘게 생각한다. 조흥은행을 뜨거운 가슴으로 감싸겠다"고 밝혔다. 반면 조흥은행은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해서 아직 매각이 결정된 것은아니며 세부 협상 과정에서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만큼 신한과의 합병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신한은행 신한지주 라응찬 회장은 23일 오후 정부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가 있은뒤 곧바로 한국은행 기자실에 들러 "지난 3개월을 가슴졸이며 기다렸다. 공자위의 결정을 기쁘게 생각하며 조흥은행을 뜨거운 가슴으로 싸안겠다"고 밝혔다. 라 회장은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본협상을 위한 자격을 얻은데 불과한만큼 세부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입김과 조흥은행의 반발로 우여곡절을 겪었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을 넘은 만큼 여세를 몰아 최종 계약까지 조속히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다. 신한지주는 조흥은행이 지금은 반발하고 있지만 고용조정이나 인사, 급여 등에 차별을 두지않을 경우 화학적 결합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제주은행과 동화은행, 굿모닝증권과의 통합 사례를 보면 알겠지만 정작 합병 후에는 별다른 반발없이 무난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내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공자위가 '가격'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JP모건이나 삼성증권이 아닌 제3자의 실사를 다시 거치도록 한데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세부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가격이나 부대조건을 무리하게 내걸거나 제3자 실사 결과가 크게 다르게 나올 경우 문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 조흥은행 그동안 민주당 등 정치권의 지원으로 '매각 결정'을 가능한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이날 공자위가 표결을 통해 신한지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하지만 겉으로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이번 결정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하고 있다. 한마디로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9회말이 있다'는 입장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정부가 본협상을 위한 자격을 준데 불과하므로 세부 협상 과정에서 얼마든지 국면을 뒤집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허흥진 노조위원장은 "공자위가 신한지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면서 세부협상 과정에서 제3자에게 기업가치 평가를 하도록 한 부분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이용규 부위원장도 "이번 결정으로 매각이 최종 확정됐다고 할 수 없는데다 앞으로 변수가 많은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자 실사에서 신한지주가 제시한 가격이 '터무니 없이 싸다'는 것이 드러날 경우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흥은행 노조가 당장 파업을 결행할 가능성은 높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흥은행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보다 제3자 실사가 어떤 절차를 거쳐 공정하게 진행될 것인지가 더 관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한지주에 매각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서 "본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 있는 만큼 영업에 혼신을 다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매각은 시기가 중요한데 정부는 '타이밍'을 잘못 잡고 있다"면서 "작년에 부실이 대부분 청소됐기 때문에 올 해와 내년엔 실적이 대폭 개선돼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최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