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나 독일 쾰른 등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전시회에 가보면 몇가지 때문에 놀라게 된다. 우선 그 규모다. 세계 최대 전시장인 쾰른전시장의 경우 크기가 코엑스 벡스코 등 국내 5대 전시장을 합친 것의 6배에 달한다. 또 하나는 엄청난 인파다. 1개 전시회 참관인원이 수만명은 기본이고 수십만명에 이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전시회에서 이뤄지는 상담액수다. 세계적인 가구전시회인 밀라노가구전의 경우 출품업체들 대부분이 1년치 생산량을 1주일 전시회에서 수주한다. 이탈리아 가구산업은 영세업체들의 집합체다. 종업원이래야 대부분 10∼20명에 불과하다. 이런 업체들이 분업과 협업을 통해 연간 1백억달러의 수출을 일궈내고 있다. 한국의 50배에 이른다. 국내 중소기업인들이 내수위주의 영업을 하다 수출에 나서면서 가장 뼈저리게 겪는 아픔이 국내 전시산업의 후진성이다. 세계적인 전시회가 드물뿐 아니라 전시장을 잡기도 힘들다. 특히 서울에서 원하는 시기에 전시를 하려면 적어도 1∼2년전에는 기획을 해야 한다. 그나마 전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중소기업인들은 서울 여의도에 번듯한 종합전시장과 컨벤션센터를 건립하겠다며 기협중앙회를 중심으로 뭉쳐 뛰고 있다. 하지만 새해 들어 이런 포부는 암초에 걸렸다. 국민은행이 "여의도전시장 부지를 매입하겠다"고 나섰고 이에 화답하 듯 땅주인인 서울시의 고위관계자는 "이 부지를 금융회사에 매각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땅주인이 자기 땅을 누구에게 팔든 관여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여의도의 노른자위 땅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공청회 등을 통해 논의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땅주인이 개인이 아닌,지방자치단체이고 보면 국가경제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뇌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성숙된 토론문화는 비단 정치뿐 아니라 이런 의사결정과정에서 더욱 절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계주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