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신용카드산업은 불황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산업은 그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어 대부분 신용카드회사들이 적자로 돌아섰고,올해에는 모든 회사가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이 갑자기 악화된 것은 상환금에 대한 연체율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업카드사 평균 연체율은 2001년 말 5.8%에서 작년 11월엔 11.7%로 늘어났다. 은행권 신용카드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1년 말 7.3%에서 지난해 11월 말에는 12.2%로 높아졌다. 이는 개인신용불량자가 2백60만명을 넘어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숫자는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11.7%에 해당하는 규모다. 앞으로도 신용불량자가 늘어나 3백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가계파산과 부동산가격 하락,실물경기의 급속한 후퇴라는 '경제의 악순환'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데는 신용카드회사의 무분별한 카드남발 등 공격적 경영에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정부의 냉·온탕식 신용카드정책의 영향도 크다. 외환위기 이후 위축된 국내소비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은 신용카드사업의 현금서비스한도를 대폭 확대했다. 한편 경제의 투명성 확대를 위해 신용카드결제 대금에 대한 세제 해택도 주어졌다. 이 과정에서 카드회사의 수익은 크게 증대됐지만 많은 문제점이 양산됐다. 작년 내내 언론에서는 신용카드 빚과 관련된 자살 강도 살인사건 등이 계속 보도됐고,이는 커다란 사회문제가 됐다. 또한 카드회사들의 강압적이고 무리한 채권추심으로 인해 사생활이 침해당한다는 우려도 많았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카드 발급 남발을 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여기에 정책당국의 경제안정화 의지까지 더해진 결과 신용카드회원의 가두모집금지,보유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상향,현금서비스 영업규모 제한 등 신용카드산업의 양적 팽창을 억제하는 정책이 도입됐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산업발전이 우리 경제에 미친 순기능도 적지 않다. 첫째,신용카드사업의 활성화로 서민들이 비교적 쉽게 대출 받을 수 있는 제도권 창구가 마련됐다. 은행에 비해 신용카드는 급전융통의 절차가 훨씬 간편하기 때문이다. 또 이전에 사채업자나 전당포에 지불해야 했던 고금리에 비해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은 훨씬 낮다. 둘째,외환위기 이후 침체됐던 내수경기 회복의 돌파구를 제공했다. 신용카드사의 신용공여 확대로 소비가 늘어나면서 경기회복에 불을 지폈다. 소비회복으로 생산과 판매가 증대됐고 이는 다시 소득증대를 낳는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셋째,조세 수입의 증가다. 신용카드 사용확대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증가한 조세수입 규모는 6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정부 예산의 약 6%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넷째,우리 경제의 투명성 제고에 일조했다. 기업들이 경비지출시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되었고,구매전용카드의 보급으로 주류 및 유류 등의 거래가 양성화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처해 있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우리 신용카드산업의 경쟁력은 그동안 부단한 경영합리화로 세계적 수준으로 증대됐다.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시스템 개발,새로운 금융상품개발,고객관리시스템 기법 등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신용카드산업의 순기능 확대를 위해서는 신용카드사들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청소년 계층을 대상으로 한 신용교육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소비자 보호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또 소비자금융으로서의 역할을 정립하고,다양한 시스템 개발과 첨단 거래수단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려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신용카드 및 주변산업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정책환경을 조성해 다가오는 동북아 경제시대에 우리 신용카드산업이 중심에 서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hongecon@hanmail.net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