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태 < 농림부 장관 >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어린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일'이라는 영국 처칠 수상의 말은 우유가 가진 완전식품으로서의 우수성을 단적으로 담고 있는 표현이다. 1970년 1백63.7cm였던 고교 2학년 남학생의 평균 신장이 2001년에는 1백72.2cm로 8.5cm나 커지는 등 청소년의 신체발달이 촉진된 것도 전반적인 영양개선과 함께 우유가 보편화된데 힘입은 바 크다. 그런데 국내 낙농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경영규모가 커짐에 따라 우유 공급량은 늘어난 반면 그동안 꾸준히 증가하던 '마시는 우유' 소비량은 지난해부터 줄어들어 낙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유 소비량이 줄어든 주된 요인은 성장기의 청소년들이 이전보다 우유를 적게 먹는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낙농단체들과 함께 젊은층을 겨냥한 소비촉진 캠페인에 힘을 쏟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와 비슷한 여건인 일본의 예를 감안할때 소비촉진 노력은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효과가 나타난다. 당장의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와 낙농관계자들은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런 판단에서 지난해부터 젖소 도태사업을 벌이고 과잉 생산된 우유를 대상으로 가격을 차등지급하는 등 생산량을 자율 조절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유의 수급불균형 문제는 거의 모든 낙농 선진국들이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예를 들어 미국은 1940년대부터, 캐나다 호주 일본은 70년대 후반부터 공급과잉 시대로 접어 들었다. 각국의 대응 방향도 비슷한 양상이다. 한편으로는 소비촉진 노력을 전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산을 줄이기 위해 자율적이거나 강제적으로 생산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낙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가 어렵다고 해서 이를 소홀히 하는 나라는 없다. 낙농업이 건강을 지켜 주는 필수산업인 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조정국면을 맞고 있는 국내 낙농업이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수 있는 토대는 어디에 있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 좋고 안전한 우유를 생산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농가 차원에서 사양관리를 합리화하고 위생조건을 강화해 품질개선에 힘써야 한다. 우유가 시장에 과잉 공급되지 않도록 생산자가 앞장서 생산을 조절해야 한다. 또 우유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소비확대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 요구르트 치즈 등 유제품시장에서 국산품 비중을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내 유가공제품의 주원료인 수입혼합분유와 원가 차이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국산 신선우유를 사용한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 지난 2001년 국내 1인당 우유소비량은 64.3kg으로 일본의 3분의 2 수준에 머물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유제품을 중심으로 우유소비가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성공을 거두려면 생산자와 낙농단체, 유업체, 정부가 협력해 구조조정의 고통을 분담하고 국내 낙농업 전체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컨센서스를 도출해야 한다. 이럴 때라야 정부지원도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