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에게 정부가 역점을 두어야 할 과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일자리 문제를 꼽는 사람이 가장 많을 것이다. 지금처럼 경기가 위축될 때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신의 일자리나 자식의 일자리는 괜찮은지 본능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휴대폰이나 자동차 등 손꼽을 만한 몇개 제품 덕택에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어나고는 있지만,그렇다고 자신의 생활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사업은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자리가 점점 불안해지고,소득은 제자리에 머무르게 되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변화에 대한 희구가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은 노무현 정권을 기대반 우려반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새로운 정책으로 악화되어 가는 민생고를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고,한편으로는 대선과정에서 제시한 약속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특히 경제계는 노무현 정부가 친노동으로 기울 경우 경제가 더욱 얼어붙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는 듯하다. 노무현 당선자는 노사정위원회를 합의기구로 격상하고,국가차별시정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했다. 이것은 김대중 정권이 추구했던 노동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되 그 강도를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무현 당선자의 이런 약속과 집권 후 이러한 약속들을 어떻게 정책으로 구체화시키느냐는 별개 문제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방법이 잘못 되면 안하는 것이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정책을 구체화시킬 때 먼저 이러한 정책이 일자리 불안, 노사 불신 해소에 실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인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대중 정권은 역대 정권과 비교할 때 근로자의 법적 권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동정책을 추진해 왔지만,결과는 근로자들이 살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일자리 불안에서 벗어나고,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무현 정권은 역대 정권의 노동정책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노무현 정권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첫째,일자리 문제의 경우 대증요법을 피하고 원인치료에 주력해야 한다. 노동시장에 개입해 실업률이나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 등 수치를 낮추기 위하는 듯한 임시방편적 정책은 물리쳐야 한다.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젊은 근로자나 나이가 많은 실업자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여성이 다수인 비정규직 근로자가 괜찮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 둘째,노사문제의 경우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분쟁 해결의 시스템을 보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정부가 노사의 눈치를 보아 가면서 상황 논리로 법을 집행하기보다 공정성과 일관성을 지켜 법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 또 정부는 중앙에 있는 노사단체를 상대로 어떤 합의를 끌어내는 데 급급하기보다 노사문제의 출발점이 되는 현장의 노사관계가 신뢰의 바탕 속에서 성숙해지도록 만드는 방안을 노사단체와 함께 찾아야 할 것이다. 셋째,근로자 복지 문제의 경우 단편적인 접근을 할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대책을 추구해야 한다. 복지의 기본이 되는 근로자들의 임금 소득 격차 문제나,사회안전망의 보강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처간의 장벽을 허무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정책 따로,교육정책 따로,복지정책 따로의 방식으로는 정부가 아무리 지원을 늘려도 근로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만일에 대비하기 어렵다. 넷째,노동 관련 법·제도는 현실과 동떨어진 방안이 아니라 시장과 기술 친화적인 방안을 찾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노동부문에서도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하지만 현실과 괴리된 법·제도는 오히려 편법적인 노동관행을 만들어 왔으며 그 피해는 결국 힘없는 근로자에게 돌아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gotgk@hanmail.net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