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4가역.


7번 출구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자 짭조롬한 건어물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 일대 3만여평은 국내 최대 건어물 시장인 중부시장.


굴비 김 멸치 등을 취급하는 건어물 도.소매점 2천여개가 몰려 있다.


전국에 할인점 슈퍼마켓이 들어서면서 규모는 줄었지만 중부시장은 여전히 '건어물 메카'이다.


전국에서 유통되는 건어물의 절반 가량이 이곳을 거쳐간다.


주부에서 소매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요즘은 설을 앞두고 제법 붐빈다.


13일 오전 7시.


중부시장 앞길은 산지에서 올라온 차들로 북적거린다.


흥정소리도 요란하다.


설대목을 앞둔 때라서 요즘은 거래량이 평소보다 많다.


"제철을 맞은 곶감과 김, 제수용품들이 골고루 잘 나갑니다. 명절 때 사원들에게 줄 선물용으로는 멸치가 인기고요."


점원의 목소리엔 신바람이 묻어 있다.


9시 이후엔 주부들이 주를 이룬다.


"너무 비싸다. 좀 싸게 줘요. 할인점 안가고 여기까지 왔는데."


40대 주부가 상인과 흥정을 하고 있다.


상인은 결국 "이러면 남는게 없는데"라고 중얼거리며 굴비 한 마리를 덤으로 얹어준다.


중부시장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중 하나다.


지난 1957년 건어물을 비롯 각종 농수축산물을 거래하는 시장으로 문을 연 중부시장은 올해로 46년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중부시장 해산물납세조합 김창호 본부장은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와보고 싶어하는 재래시장이 이곳이었다"고 설명한다.


중부시장은 80년대 중반 서울 동쪽에 농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들어설 무렵 지금과 같은 건어물 전문시장으로 탈바꿈했다.


대다수 청과상인들이 가락시장으로 옮겨감에 따라 시장을 특화하기 위해서였다.


황태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수입 건어물은 가락시장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지만 국산 건어물은 여전히 중부시장이 강하다"고 말한다.


중부시장은 낮 12시까지는 도매를, 오후 5시까지는 소매를 한다.


하지만 최근 10여년간 중부시장은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젊은 주부들이 찾아오나,중부시장이 있는지나 알까 몰라.할인점이나 슈퍼로만 손님이 몰리니 우리야 힘들지."


20년째 건오징어 장사를 한다는 상인의 목소리에 씁쓸함이 배어 있다.


도매가 무너진 것도 중부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홈쇼핑이나 할인점들이 규모가 커지면서 산지와 직거래를 하죠. 예전에는 도매 비중이 중부시장 전체 매출의 7할은 됐는데 갈수록 줄고 있어요."


상인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부시장 상인들은 위기가 닥치자 수년 전부터 팔을 걷어부치고 시장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현대식 도매시장인 경일마트를 완공했다.


지난달에는 중부시장 인터넷쇼핑몰인 'e중부시장'도 문을 열었다.


중부시장상인연합회 김정안 회장은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고 포장지를 통일하는 등 현대적인 쇼핑몰과 겨룰 수 있도록 시장환경을 바꿔나가고 있다"며 "상품과 가격에 자신이 있는 만큼 중부시장의 전망은 밝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중부시장에는 오는 10월 현대식 쇼핑몰인 중부마켓이 들어선다.


지하 3층, 지상 4층에 매장면적이 7천7백평이나 된다.


김 회장은 "시장 현대화 작업을 점차 확대해 2008년까지 8개 동의 상가를 모두 현대식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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