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미국기업 위주로 운영되는 전시회에는 참여하지 않겠다." 컴덱스를 제치고 세계 IT전시회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은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아시아기업에 대한 차별 대우로 집단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CES는 올해 9백88억달러(1백88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전체 전자시장의 90%에 달하는 물량의 구매계약이 체결되는 세계 최대의 IT전시회.IT경기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참여업체 숫자는 2천7백여개사로 10% 가량 증가했다. 전시면적도 컴덱스의 1.5배 이상 늘면서 CES를 주관하는 전미가전협회(CEA)는 올해 임대료 수입만 4천만달러 가까이 챙겼다. 문제는 CEA가 내년에는 한국 대만 중국 등 아시아지역 국가관 위치를 컨벤션센터가 아닌 주차장으로 옮기겠다고 통보하면서 발생했다. 참가횟수에 따라 전시장 배정에 우선권을 주고 있는 지금까지의 관례를 깬 주최측의 횡포에 대해 한국 대만 중국 국가관 운영대표들이 즉각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참가를 집단적으로 보이콧하겠다는 강경한 태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 2년동안 부스 임대료를 1백% 넘게 인상하면서 장삿속을 채운 CEA에 대한 반감도 깔려 있다. 양측의 대결이 어떤 타협점을 찾을 지는 미지수지만 CEA의 이번 조치에는 더 이상 자국 전자제조업체의 몰락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 등 아시아 기업들의 발언권이 그만큼 커졌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실제로 메이텍 GE 등 미국의 전통 가전제조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와 구조조정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메이드 인 아시아'제품들이 미국시장을 덮어가는 상황에서 미국 가전업계를 대변하는 CEA로선 아시아국가관으로 향하는 바이어의 발걸음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한국 등 아시아국가관이 올해 CES에서 차지한 전시장 면적은 총 4만2천평방피트.미국 본토에서 처음으로 연합전선을 형성한 아시아 기업들이 과연 승리를 거둘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라스베이거스=이심기 산업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