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가 1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제시한데 이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사업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엊그제 인수위 보고를 통해 과학기술부는 주요 지역에 대한 과학기술특구 지정,기술경영의 중요성과 기술융합 추세에 대응한 테크노 CEO 및 퓨전인력 양성,연구개발예산 비중 7% 확대 및 투자효과 극대화 등을 중점 추진시책으로 내놨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되는 것은 과학기술특구다. 동북아 중심국가로의 도약,지역산업의 발전 등 다른 국정과제와 이어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고, 성장원천으로서 과학기술의 역할을 보다 확대한 구상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특히 세계적인 신산업 거점지역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우수한 과학기술 인프라라는 점도 이런 역할 확대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문제는 과학기술특구 지정이 곧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데 있다. 실리콘밸리와 같은 세계적인 혁신거점들은 과학기술특구와 같은 접근을 통해 오늘에 이른 것이 아니기도 하지만,이들 지역이 던지는 가장 큰 시사점이라면 혁신은 어디까지나 공급측면과 수요측면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훈은 우리 내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미완성인 대덕연구단지가 그 좋은 예다. 앞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추진될 경우 이 지역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는 알 수 없으나 수요측면의 혁신유인이 약한 것이 지금까지 결정적인 걸림돌이었다. 이런 측면을 감안한다면 과학기술이라는 인프라를 별도의 특구개념으로 접근해야만 하는 것인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과기부의 과학기술특구가 재경부의 경제자유지역,산자부의 지역별 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 등과 각기 따로 추진된다면 이 역시도 생각해 볼 점이다. 수요측면을 무시한 과학기술특구가 현실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듯이, 경제특구나 산업클러스터도 매력적인 과학기술 인프라를 전제로 하지 않고선 사실상 성공하기 어려울 것임은 너무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경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정부 주도의 각종 특구 및 기술거점 조성사업에 대해 뉴스위크지 신년호가 '아직도 터지지 않은 하이테크 버블'로 묘사한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번듯한 외양의 '물리적 집합'은 결코 본질이 아니라는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