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관련 보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개혁을 강조한 노무현 당선자였던 만큼 정책방향에 대한 관심도 높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노 당선자도 8일 인수위 회의에서 말했듯이 인수위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쏟아져나올 때마다 이해 당사자들이 큰 혼란에 휩싸이며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국정 과제를 둘러싼 찬반 양론이 비등하고 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현상은 결코 환영할 일이 아니다. 인수위측은 언론 보도가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 책임을 언론에 돌리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차기 정부의 정책방향을 둘러싼 일련의 혼선을 단순히 앞서나가는 보도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인수위원의 지극히 개인적인 정책 아이디어들이 걸러지지도 않은채 마치 인수위의 공식견해인 것처럼 흘러나오고 그때마다 적지않은 소동이 뒤따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역시 인수위측의 책임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달 30일 인수위가 설치된 이후 불과 열흘 동안 새롭게 제시된 경제개혁 방안만 하더라도 사외이사 정원을 두배 정도 늘리겠다는 데서부터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신용불량자 등록제 폐지,대기업 구조조정본부 해체,금융기관 계열분리 청구제 등이 줄을 잇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결코 가벼이 다룰 수 없는 사안이다. 인수위에 이어 최근에는 정부 부처들까지 설익은 정책을 경쟁적으로 발표하면서 개혁성을 과시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정책 혼선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일반국민은 물론 경제계가 일손을 놓은 채 인수위의 일거수일투족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처지가 되고 있다. 인수위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정부 조직을 파악하는 등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인수위설치령 제2조)이다. 물론 여기에는 '새 정부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도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인수위는 그 성격상 새정부 출범을 '준비'하는 기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준비'의 범주를 넘어 구체적인 정책에까지 모두 모범답안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고 짧은 활동기간 동안 모든 국가 주요정책을 확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 인수위에서 흘러나오는 정책들 중에는 시간을 갖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야 하는 사항들이 너무 많다. 또 그 일은 온전히 차기 정부의 몫이다. 인수위는 활동의 범위를 스스로 정확하게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