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민간 경제연구소인 컨퍼런스보드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게일 포슬러(Gail D Fosler)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좀 독특하다. 미국 경제는 지난 2년간 '금융위기'를 앓았으며, 지금은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하는 '가장 예측을 잘 하는 이코노미스트'에 두 번씩이나 선정됐던 그는 지금도 세계 언론들이 서로 인용하려고 애쓰는 '움직이는 경제교과서'로 통한다.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3가 845빌딩에서 만난 그는 "미국 증시가 4년 연속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등 시종 낙관론을 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의 틀이 당분간 깨지기 어렵다고 전망하는 그는 한국의 새정부에 대해 "역동적인 경제는 강한 노조와 공존하기 힘들다"며 고언도 아끼지 않았다. [ 대담 = 육동인 뉴욕 특파원 ] ------------------------------------------------------------------------------ -세계가 미국 경제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회복되는 추세에 있는 것 같으나 아직 분명한 사인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올 미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경제가 회복 중인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분야마다 회복속도의 차가 크게 나고 있지요. 미국은 경제규모가 커 아시아나 멕시코처럼 밖으로 크게 인식되지 않았지만 분명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었습니다.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대거 미국 주식과 기술부문에 유입된 자본이 급격히 빠지면서 발생한 현상이지요. 증시붕괴는 그런 위기의 한 결과였을 뿐입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려면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야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IT부문 등 올해 투자전망은 어떻습니까. "올해는 기업투자를 중심으로 미국 경제가 성장할 것이고 그중 핵심은 기업들의 IT투자가 될 것입니다. 90년대 후반의 과잉투자가 아직 문제되고 있지만 그 덕에 미국경제는 분명 'IT집약적'으로 변하고 있고 생산성도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제팀이 바뀌면서 감세정책이 강력히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부문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는지요. 감세정책이 미국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습니다만.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은 배당세를 대폭 줄이거나 면제하는 것 등을 합해 모두 2백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경제규모가 10조달러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양적인 의미는 큰게 아니지요. 때문에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올해 감세정책을 실시하면 내년부터 효과가 나타나는데 현재 경제의 불안정성과 실업상황을 감안하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강한 달러' 정책을 펴 왔습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도 그랬고 부시 행정부도 지금까지는 그랬지요. 그러나 경제팀의 교체로 달러정책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최근의 달러약세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고요. "달러는 이제 세계의 통화입니다. 미국이 통화정책을 함부로 할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강한 달러정책을 구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달러가치가 올라갔기 때문에 그렇게 해석되는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정부의 정책이 바뀌고 달러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결국 달러가치는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미국 기업들이 회계부정 스캔들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습니다. 지금도 간헐적으로 이런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회계부정 문제는 이제 깨끗이 마무리된 것으로 생각하는지요. "일부 기업들은 분명히 수익을 속이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엔론이나 월드컴 정도의 큰 기업에선 더 이상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SEC(미 증권감독위원회)는 거의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더 많은 정보공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제 SEC에서 체크하지 못할 스캔들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해까지 미국 증시가 3년 연속 하락했습니다. 60년 만의 일이지요. 사상 처음으로 4년 연속 하락할 가능성은 없는지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기업부문은 금융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주식이 평가절하되어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시장의 평가는 공정합니다. 이제 기업수익이 15% 올라가면 주가도 15% 올라갈 것입니다. 문제는 현재 경영리스크 금융리스크 등 경제적 환경은 모두 개선되고 있지만 '정치리스크'가 1930년대 이후 가장 크다는 점입니다." -중국이 급성장을 보이고 일본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나라가 이처럼 차이나는 원인은 무엇이고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요. "중국과 일본은 인구구성, 경제적 다이내미즘, 문화 모두 차이가 납니다. 중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성공에 큰 가치를 두는 문화입니다. 다시 말해 경쟁을 유발시키는 문화이지요. 일본은 동질성을 중요시 하는데다 점차 노령화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어 사회통합이 관건인 중국이 미국처럼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발전하면 머지않아 활력적인 경제를 창출해 낼수 있을 것입니다." -21세기 들어 미국경제가 위축되면서 초강대국의 지도력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9.11테러 등 이슬람권의 반발은 그런 현상의 하나고요.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체치고 세계를 이끌 것이란 견해도 있는데요. "미국은 9.11테러 이후 커다란 상처를 입은게 사실입니다. 거대한 국제적 다양성을 어떻게 소화하고 내부갈등을 잘 해결해 나갈지가 과제입니다. 구매력 기준으로 볼 때 중국은 2015년이면 EU와 동등한 위치에 서겠지만 아직 세계의 위기를 담당할수 있는 준비는 덜 되어 있다고 봅니다. 중국은 다극화 체제로 가는 중요한 기둥이 되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인 구조개혁과 인권문제들이 우선 해결돼야 할 것입니다."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경제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한국은 매우 발달하고 산업화된 국가입니다. 내수시장이 활성화돼 있고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들이 수출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된 국가는 나름대로 여러가지 도전을 맞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가장 큰 도전중 하나가 강한 노동조합입니다. 투자자들은 '이윤'을 노리고 돈을 대는데 이윤의 대부분이 근로자들에게 간다면 인센티브가 없어지지요. 수익의 93%가 노동자에 가고 7%만이 주주들에게 돌아간 유나이티드에어라인이 최근 파산한 것은 아주 중요한 교훈입니다." -한국은 대미국 경제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그러나 지정학적으로는 성장하는 중국과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일본의 사이에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미 관계보다 중국과의 경제의존도를 높여야 한다는 견해도 많이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가 어떻게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요. "한국이 굳이 한 쪽을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가경제는 자국 이익에 유리한 국가와 더 많은 무역 및 교류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은 이제 고부가가치 상품, 기술을 매우 강조하는 생산품에 주력하고 있고 또 그래야 합니다. 세계적 브랜드의 상품을 팔수 있는 시장은 중국이 아니라 아직은 미국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저임 노동력을 지나치게 선호하고 있는데 이것은 일면 상당히 위험한 태도입니다." -한국에도 당신 같은 훌륭한 애널리스트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훌륭한 애널리스트의 기본요건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요. "학벌도 지적인 수준도 아닙니다. 호기심이 성공한 애널리스트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가 있다면 '계량화 기법'을 많이 공부하는게 좋습니다. 역사 관련 서적을 많이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식에 대해 개방적(open to knowledge)인 것도 아주 중요한 자세입니다." < dongi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