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3세 경영시대가 본격적인 막을 올리고 있다. 연말연시를 전후해 경영진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창업3세대가 대거 경영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3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몽구 회장의 장남 의선씨(33)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정 부사장은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을 맡게 된다. 또 정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 기아차 전무(43)는 현대카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셋째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전무(35)도 부사장에 올랐다. 정 회장의 동생 고 정몽우씨의 아들인 정일선 비앤지스틸 전무(33) 역시 부사장으로 직급을 한 단계 높였다. 이에 앞서 현대백화점은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장남 지선씨(31)를 지난 1일자로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월 현대백화점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회사 경영을 좌우하게 됐다. 동아제약도 지난해 말 고 강중희 창업주의 손자인 강문석 부사장(42)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해 3세 경영체제를 갖췄다. 이에 앞서 이미 3세 체제를 구축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 코오롱의 경우 지난 98년부터 시작된 이웅열 회장(47) 체제가 4년 이상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3세 체제가 갖춰졌다. 제일제당은 지난해 2월부터 이재현 회장(43) 체제가 들어섰고 한솔은 이보다 앞선 2001년 말 조동길 회장(48) 중심으로 3세 경영체제를 갖췄다. 삼양사도 고 김연수 창업주의 손자이자 김상홍 명예회장의 장남 김윤 부회장(50)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가운데 김상하 그룹회장의 장남인 김원 부사장(45)이 지난해 관리부문 총괄대표를 맡으며 3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두산은 지난해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원씨(41)가 두산상사BG 사장에 올라 재계에서 처음으로 '4세 CEO'시대를 열기도 했다. 3세 경영체제와 관련,주목받는 기업들도 많다. 특히 삼성의 경우는 국내 최대그룹이라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35)가 빠르면 금주중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장단 인사에서 어느 정도 승진할지에 따라 후계체제 구축 속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원으로 승진한 지 2년이 넘은 이 상무보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해외사업장을 돌아보고 전략적 제휴관계에 있는 기업의 CEO들과도 활발한 접촉을 갖는 등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효성의 경우도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인 현준(35) 현문(34) 현상(32)씨 등 3형제가 이달중 있을 예정인 인사에서 승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3세 경영인들은 인사와 투자결정 등에 관여하면서 화학 중공업 정보통신 등 사업부문별 경영권 승계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고 회사 내부 관계자는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창업주 자제들이 경영에 나서는 데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없진 않지만 이들의 참여는 책임경영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