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왈렌버그 그룹은 가족이 소유하는 유럽내 최대의 오너 기업집단으로 손꼽힌다. 주식 규모가 스톡홀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40%를 넘을 정도로 스웨덴에서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856년 안드레 오스카 왈렌버그가 설립한 민간은행 'SE뱅크'가 그룹의 효시다. 1916년 지주회사인 '인베스터AB'를 설립했으며 금융은 물론 제조부문의 세계적인 기업들을 거느리고 있다. 세계 가전 1위 업체인 일렉트로룩스와 에릭슨(통신) 스카니아(트럭) 사브(승용차) ABB(중기계) SAS(항공) 등 쟁쟁한 기업들이 이 그룹 소속이다. 스톡홀름의 일렉트로룩스 본사에서 만난 크리스티앙 크링스퍼 수석부사장은 "지금은 창업자의 5대손으로 사촌 동갑내기인 마르쿠스 왈렌버그와 야곱 왈렌버그(46)가 '투톱체제'로 그룹경영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곱 왈렌버그는 일렉트로룩스 이사회 멤버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지주회사가 보유한 일렉트로룩스 지분은 5.3%에 불과하지만 22.4%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스웨덴에는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를 방어하고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1백% 의결권이 있는 'A주식'과 의결권이 10%뿐인 'B주식' 등 차등의결권제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는 주로 A주식을 대량 보유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에릭슨의 경우에도 인베스터AB는 3.5% 지분으로 22.3%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왈렌버그 가문은 3개 재단을 통해 인베스터AB 지분 19%(의결권 41%)를 보유중이다. 인베스터AB는 그룹의 경영전략에 따라 계열사들의 지분을 조정하며 각 계열사들의 경영활동을 통제한다.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의장 임면과정에 직접 개입하고 계열사의 주요 경영전략을 감독한다. 인베스터는 계열사 경영진을 양성하기 위해 체계적인 'CEO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철저한 경력개발 프로그램에 따라 CEO들을 그룹 안에서 순환시키고 있으며 최고경영자들에게는 스톡옵션 등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파격적인 대우를 제공한다. 왈렌버그 그룹의 장수비결은 △지주회사를 통한 완벽한 경영권 보호 △내부 전문경영인 육성 △순조로운 가족간 승계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스웨덴 국민들은 왈렌버그가를 자랑으로 생각한다. 스웨덴 경제가 왈렌버그가와 정부의 공동노력으로 건설됐다고 생각할 정도다. 스웨덴의 한 신문은 "배당과 시세차익에 집착하고 기업경영에 무관심한 주식펀드나 연금펀드와 달리 왈렌버그가는 기업경영에 직접 참여한다"며 "이는 왈렌버그 그룹의 장점이며 앞으로도 스웨덴경제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4대에 걸쳐 가족경영을 펼치고 있는 미국의 포드자동차나 듀폰, 독일의 헨켈, 이탈리아 피아트 등도 성공적인 오너경영 체제를 유지하면서 1백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기업들이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