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은 이라크 전쟁과 더불어 총성없는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


바로 '미.중.일.유럽'이 벌이는 환율전쟁이 그것이다.


총과 칼 대신 '경제의 펀더멘털'과 '외환보유고' '금리'라는 무기로 앞세워 치루는 환율전쟁은 그 결과가 각국의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물리적 전쟁 못지 않게 치열할수 있다.


지난해만 해도 미국의 강한달러 정책은 일본의 엔저정책과 일맥 상통했으며, 유로화는 기축통화의 다변화를 원하는 국제금융의 수요에 적절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역시 위안화 가치를 미 달러가치에 고정시켜 세계의 공장 역할을 1백% 이상 달성했다.


하지만 기다리던 세계 경제의 회복이 좀처럼 오지 않자 지난해 말부터 불협화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불황탈출의 열쇠로 리플레(reflation.통화팽창)를 강조해온 일본이 달러당 1백50~1백60엔을 목표 환율로 제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수출을 늘려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의도다.


시오카와 마사주로 재무상은 작년 12월2일 "엔화가치는 달러당 1백50-1백60엔이 적당하다"며 이를 위해 시장개입 등 인위적인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출확대를 통한 경기회복과 수입물가상승에 따른 디플레해소를 엔저를 통해 성취하겠다는 발언이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지난달 6일 '강한 달러' 옹호자인 폴 오닐 장관을 경질, 달러약세정책을 취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실제로 엔화에 대한 달러가치가 지난 한달사이에 달러당 1백25엔에서 1백20엔으로 떨어졌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달러약세를 방치하고 있다.


시오카와 일본재무상은 또 지난달 5일 중국이 자국의 디플레(물가하락)에 일조를 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해 '위안화 평가 절상'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러자 중국의 다이샹룽 중앙은행총재는 오히려 '위안화를 절하해야 할 판'이라며 일본정부의 요구를 정면으로 일축했다.


국내 디플레를 막고 7%선의 경제성장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수년간 연 15%씩 통화공급을 늘릴 계획이라는 것이다.


강한 달러 정책을 견지해온 미국은 지난해 1천5백7억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 정부의 총부채가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6조4천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펀더멘털의 허약함을 드러냈다.


게다가 이라크공격을 앞두고 군비 지출 확대와 경기 진작을 위한 감세 정책이 예고되는 판국이어서 재정적자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때문에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은 달러 평가절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마지막 남은 유럽이 주춧돌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환율 안정성 여부가 달려 있지만 이 역시 불확실하다.


유럽연합(EU)의 기둥인 독일 경제가 침체가 장기화 할 것이란 진단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는 미국 경기의 영향으로 달러화의 상대적 강세를 점치고 있다.


즉 올해 달러화는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상반기중 상대적 약세를 보이다가 하반기에 강세로 반전될 확률이 크다.


전문가들은 엔과 유로화에 대한 달러가치는 각각 2003년 상반기중 달러당 1백10엔대, 유로당 1.05달러대로 떨어졌다가 하반기에는 1백20엔대 및 0.95달러선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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