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자동차시장 최대 격전지는 중형 승용차 시장과 스포츠형 다목적차량(SUV)이었다. EF쏘나타와 옵티마가 양분하고 있던 중형차 시장에는 대우가 직렬 6기통 엔진을 얹은 매그너스를 내세웠고 삼성은 SM5의 부분 변경 모델로 맞섰다. 현대 싼타페의 독주는 기아 쏘렌토가 막아섰고 쌍용은 렉스턴으로 현대 테라칸과 진검승부를 벌였다. 개발비 부족으로 SUV를 갖지 못한 대우는 땅을 칠 노릇이었다. 하지만 내년도 자동차업계의 주 전장은 배기량 1천5백cc급 준중형 승용차로 옮겨갈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전반적으로 신차출시 일정이 거의 없는데다 중대형 세단시장의 수요가 단기적으로 포화상태에 도달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신흥 강자'인 GM대우의 라세티와 르노삼성의 SM3를 놓고 전통의 강호인 현대의 아반떼XD와 기아의 스펙트라가 어떻게 겨룰지가 관심사다. 현대 =누가 뭐래도 최강자다. 지난 9월에 선보인 2003년형 모델은 월평균 7천대 이상을 팔며 국내 단일차종 판매 1위를 넘나들고 있다. 주문 적체도 1만5천대에 달한다. 95년부터 유지해온 아반떼의 브랜드 이미지도 비교적 훌륭하게 정착돼 있다. '중형차 수준의 품격과 소형차 수준의 유지비'라는 홍보전략이 주효했다는 내부 평가다. 특히 직선을 강조한 뉴엣지 스타일과 국내 최초로 첨단 2.0VVT(Variable Valve Timing) 엔진을 적용해 젊은 소비자층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는 자평이다. 주요 타겟은 30대 사무직 종사자와 개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40대 연령층으로 설정됐다. 향후 판매 전략의 키워드는 '진실'이다. 아반떼XD의 성능과 품질을 제대로 알려서 소비자들의 변함없는 신뢰를 얻겠다는 것이다. 기아 =지난 10월 패밀리형 고급 준중형 세단을 표방하며 2003년형 뉴스펙트라를 내놓았다. 이 차는 전문 평가단을 구성해 고객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내.외장을 고급화하고 시트 안락감과 편의사양을 개선했다.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알루미늄 휠 프런트 범퍼 등도 대거 바꿔 고품격의 세련된 이미지를 구현하려 애썼다. 실내는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이 조화된 인테리어를 표방해 부드러운 느낌의 베이지색을 주요 색깔로 정했으며 고급스런 이미지를 높였다. 광고모델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장나라양을 선정해 관심을 끌고 있다. GM대우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뒤 처음 선보인 신차다. 국내에서 GM의 초기 이미지가 결정될 차종인 만큼 대대적인 광고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30개월의 개발과정을 거쳐 세계적 디자인 회사인 이태리 피닌파리나(PININFARINA)와 GM대우 기술연구소 산하 디자인포럼이 스타일링과 실내 디자인을 마무리했다. 차명은 라틴어로 '젊음과 힘이 넘친다'는 뜻을 갖고 있으며 영국 스페인 스웨덴 중국 등에서 내구성 혹서 혹한 고산지 테스트 등을 거쳤다. 미국 보험협회 신차 평가시험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했으며 고장력 강판의 사용비율을 40%로 높여 충돌시 충격을 최소화했다. GM은 중국 베트남 태국 등의 현지법을 통해서도 동시 생산에 나서 범 아시아권의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수립해 놓았다. 르노삼성 =9월에 SM3를 내놓고 현대.기아차에 처음 도전장을 던졌다. 회사 출범 이후 르노 및 닛산과의 기술협력을 통한 첫 모델이기도 하다. 르노삼성은 이 차를 2005년 국내에서 20만대 생산체제 확립을 위한 교두보로 삼고 있다. SM5의 성공을 이어받아 한국시장에서 지속적인 신뢰를 얻음으로써 장차 메이저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및 유럽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닛산 블루버드 실피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으며 2중 차체구조를 기본으로 듀얼 에어백과 EBD-ABS를 장착하고 있다. DOHC 16밸브 4기통 엔진은 경차 수준의 연비 효율성은 물론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고출력을 실현함으로써 경제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르노삼성은 또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준중형차 시장에서 최장의 품질보증기간(엔진.동력 계통=5년.10만km)를 제공하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