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선거를 분수령으로 우리 사회의 주류(主流)가 변하고 있다.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고 참여와 수평적인 네트워크가 몸에 밴 '2030' 세대가 새로운 사회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적 무관심(20대)과 역사적 패배의식(30대)에 짓눌렸던 이들 세대가 '언제 그랬냐'는 듯 한 목소리로 한국 사회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이들의 분출하는 에너지로 다시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가. 이 대목에서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모리시마 미치오가 떠오른다. 그는 1999년에 쓴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란 책을 통해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가 결국 '일본 문명 쇠퇴'의 전주곡이라고 단언했다. 모리시마는 이 책에서 △국가 경영비전이 없는 정치 △창조적 도전정신을 잃어버린 경제 등을 일본 문명 쇠퇴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거의 같은 수준으로 △창의와 자율성을 길러주지 못하는 교육과 이로 인한 국가 목표의 상실을 안타까워 했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지만 제도권 교육과 사회체제는 수직적 인간관계와 겸양,공동의 이익 같은 일본의 전통가치를 버리지 말라고 강요한다는 것이다. 이 틈바구니에서 일본의 젊은이들은 상당한 문화적 갈등을 겪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만들기를 포기하고 말았다는 얘기다. 이번 대선은 모리시마가 걱정하고 있는 일본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일본 못지 않은 제도교육의 한계와 기성 가치의 벽이 상존하지만 '2030' 세대는 이미 그 장애물을 걷어내고 있다. 인터넷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필요할 땐 행동으로 나서는 20대가 서서히 제도권으로 편입되던 386세대를 돌려세우고 그들과 연대하는 모습이다. 이들의 연대는 이미 사회 문화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일본과 비교해볼 때 이들의 등장은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경제성장에서 중시하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형성을 의미하고 있다. 파벌과 지역주의,정치·경제·문화권력의 독점을 허물고 자유와 창의,참여와 책임,분권과 협력이란 한국형 사회적 자본이 이들을 통해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장규호 산업부 IT팀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