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올해만 같아라." 광고계 종사자들은 한해를 결산하면서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사상 최초로 광고비가 6조원을 돌파하는 호황을 누린데다 질적으로도 눈부신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월드컵과 대통령선거 등 굵직굵직한 행사가 많았던 것이 광고계가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올해 광고계 최대 이슈는 월드컵이었다. 특히 공식 스폰서 활동을 벌인 기업보다 매복광고(스폰서가 아닌 업체가 관련 규정을 피해 광고 효과를 노리는 것)를 펼친 기업들의 광고효과가 뛰어났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붉은 악마를 후원하면서 "대~한민국"이란 유행어를 만들어 낸 SK텔레콤과 한국 월드컵 대표팀 감독인 거스 히딩크를 모델로 기용한 삼성카드는 월드컵 매복광고로 톡톡히 재미를 본 대표적인 기업이다. 또 태극기 레드(붉은색) 대한민국 등 그동안 광고에서 금기시하던 소재들이 활용된 것도 월드컵 광고의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홍명보(신세계) 안정환(SK텔레콤) 등 대표팀 선수들도 월드컵으로 인해 높은 주가를 올렸다. 대선 광고도 광고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기업PR 광고 빰치는 세련된 광고 기법들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후보들의 TV광고는 광고의 우열이 판세를 가늠할 만큼 위력이 컸다고 광고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선거 개표방송을 알리는 방송사들의 광고도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기법으로 만들어져 눈길을 끌었다. 경쟁사에게 노골적으로 시비를 거는 비교광고가 많아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9월부터 허용된 비교광고는 올들어 점점 노골적인 양상으로 치달았다. SK텔레콤과 KTF가 벌였던 품질 공방은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일부 분유업체와 식품업체의 비교광고는 객관적 근거없이 경쟁사를 폄하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까지 받았다. 업체명 대신 브랜드를 강조하는 광고기법도 많이 사용됐다. 월드컵 이후 국가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브랜드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급속히 변했다. 아파트나 제철 자동차부품 등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지 않는 기업들조차 브랜드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래미안"이나 "자이" 같은 아파트 브랜드들이 대표적인 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