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yang@mail.kitca.or.kr 필자는 '주제별 인물별 성경공부'라는 귀한 책을 간직하고 있다. 작년 어느 날 전직장의 퇴직 직원이 찾아와서 하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제가 구조조정으로 퇴직당하고 1년여 동안은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볼펜 쥘 기력도 없었습니다.하느님께 여쭙고 기도하다가 마침내 그간 봉사해 온 주일학교 교사노트를 책으로 만들자고 결심하고 나서야 마음이 평정되었습니다.원고를 써 나가면서 직장과 사회와 행장님에 대한 원망이 풀어졌기에 이 책을 가져왔습니다." 그 분은 이미 긴 고뇌의 시간을 겪고 난 뒤라 웃으며 말했지만,그 말을 들으며 그 분의 손을 맞잡고 "어찌 선배님 잘못이겠습니까? 제 탓도 아니었습니다"하며 함께 울었다. 그 분은 좋은 직장에서 잘 지내다가 '세계화'바람에 얹혀 아프리카에 부임해 있었는데 환란후 해외조직 축소과정에서 그 사무소가 없어지고 당사자는 귀국 후 얼마 동안 대기하다가 퇴직한 케이스였다. 사실 그러한 분들의 능력이나 행적을 나무랄 이유는 없다. 원인을 따져 보면 국내외에 외곽조직을 번드레하게 깔아 놓은 예전 경영자들이 뒷날 구조조정의 빌미를 제공했다. 무엇이든 새로 만들 때는 멋지고 화려하지 않은가. 조직,인원이 늘고 승진자리도 많이 생기니 이런 조화를 부리는 경영자는 유능하다고 칭송받고 본인도 기분이 뿌듯하다. 그 후에 상반된 역할을 해야 하는 자는 기분도 언짢고 안팎의 세평도 뻔하다. 97년 홍콩에 가니 우리 금융권의 지점,사무소,법인이 무려 83개나 되고 부동산과 골프회원권 값이 한국 덕분에 유지된다는 얘기였다. 경영자율화와 국제화가 이런 극성을 부리게 했다. 대부분 직원들이 국내에서조차 해보지 않은 서툰 업무를 약간의 영어를 밑천으로 외지에서 외국인들과 경쟁해야 하니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울지는 불문가지다. 아마 인사권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했을 것이다. 평직원 1인의 해외주재 코스트 합계액이 당시 국내 최고경영자 보수를 능가하는 데도 인재양성이니 세계화니 하는 명분아래 이유만 있으면 내보냈다. 해외의 사무소는 경비를 한껏 썼고 법인,지점은 손실을 많이 낸 듯한 데도 아직껏 제대로 된 백서(白書) 하나 없다.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치지 아니하면 어떻게 다시 소를 키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