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날이 밝았다. 한국은 이제 새 대통령과 함께 힘차게 미래를 향한 순항의 닻을 올리게 됐다. 2002년 한국정치의 대미를 장식한 격전의 대선은 나름대로 한국정치 발전의 진일보한 좌표를 확인시켜준 행사였다. 그간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의사와 이익들이 표출되고, 그것들이 정치적 영역에서 쟁점화되면서 늘 소란스러운 듯한 정치판을 만들어 왔다. 달리 보면 그것은 민주화과정이 겪어야 하는 하나의 절차였고, 또 다른 학습과정이었던 것이다. 사회의 다양한 의사들이 활발한 토의의 장을 만들고, 국민적 관심을 끌게 되는 것은 대개 선거를 통해서다. 우리들이 체득해 나가는 것은 그 쟁점들이 집단적 증오를 낳지 않고,해결방법들이 폭력적인 기제가 아니라 토론과 설득의 과정,그리고 선거를 통해 정당성을 얻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은 나름의 성과를 보여주었다. 3김시대의 유산이었던 지역주의 정치도 이제는 고개를 내밀지 못하게 되었고, 색깔론 시비도 유권자들에게 정책적 차이로만 받아들여질 만큼 한국의 국민의식이 한 단계 성장해 왔다. 더욱이 그간 한국정치를 멍들게 했던 금품살포의 부정도 훌륭히 극복한 사례가 됐다. 대선과정에서 보게 된 우리 국민들의 활력 넘치는 의사표명은 정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결코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만큼 정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이 우리의 힘이요, 희망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는 거대한 국민적 에너지다. 선거는 쟁점화의 기제이면서 동시에 통합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국가와 사회의 미래에 대해 정치적 의견을 달리하는 집단들이 국민의 의사를 얻기 위해 경합하는 것이 선거라면, 우리 사회의 어떤 쟁점들이 갈등구조를 이루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선거다. 사회의 갈등은 그것이 무엇인지 진단하는 사람들에 의해 치유방법이 만들어진다. 갈등의 치유과정을 통해 국민적 통합을 촉진시킨다. 그것이 민주화시대의 정치적 의미여야 한다. 우리는 이번 대선을 통해 우리 사회가 극복해 나가야 하는 과제들이 무엇인지 눈여겨 보았다. 계층적 갈등은 지난 1997년 IMF 이후 변화돼 가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쟁점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민노당의 약진과 사회당의 정치무대 출현은 그러한 점을 뚜렷이 반영하는 현상이다. 계층적 갈등의 완화는 새로운 정권이 짊어져야 하는 시대적 과제인 셈이다. 지역주의는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의 하나였다. 통합을 지향하는 한국정치가 발전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청산해야 하는 3김시대의 유산이다. 신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역주의에 편승하려는 일부 정치권 세력이 활동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아직 남아 있다. 국민통합을 위해 성숙된 정치의식이 계속 눈뜨고 있어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남북한 갈등은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특유한 갈등구조다. 새 대통령은 민족적 문제와 국제정치적 문제가 중첩돼 있는 한반도 갈등구조를 풀어내기 위해 국민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대미 촛불시위로 나타난 국민의 자존의식을 어떤 형태로든 외교관계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주권이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대선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관심과 에너지를 새 출발을 위한 국가원동력으로 통합해 나가는 일이다. 통합은 관용에서 나온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원리는 견해가 다른 상대방을 관용하는 힘에서 나온다. 결과에 승복하면서 승자는 패자에게 위로의 아량을 보내고, 패자는 진정으로 승자의 승리를 축하하면서 멋있게 러브샷하는 광경을 국민은 원하고 있다. 국민들은 '함께 하나가 되는' 한국을 원하고 있다. 월드컵 축제에서 전세계에 보여 줬던 우리의 하나된 힘을 이제 국민통합을 위해 다시 보여 줄 때다. 그것이 일류국가를 향한 우리의 자존심이다. 그래서 시청앞 광장에 모여 한판 거대한 통합의 축제를 여는 것은 어떨지…. < kimkij@yonsei.ac.kr >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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