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洸 < 한국외대 교수.前 보건복지부 장관 > 길고 험난한 선거과정을 거쳐 16대 대통령,21세기 최초의 대통령이 탄생했다. 우리 국민 의식의 성숙과 우리 국민의 잠재력이 월드컵에 이어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참으로 가슴 뿌듯하며 희열을 느낀다. 대통령이 되는 순간 대통령은 인간으로선 최고의 영예를 갖는다. 개인적으로 더 추구할게 없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하는가? 국민에게 봉사하며 역사에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는것 외엔 더 추구할게 없다. 훌륭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역사를 되돌아보면 답이 나와 있고,인간사 세상사의 기본을 살펴보면 답이 보인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는 왜 실패했는가?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한을 풀려 했고,사욕을 채우려 했고,반대세력을 용인하지 못했다. 작은 것을 얻으려 큰 것을 놓쳤으며,죽는 것이 사는 것임을 모르고 그저 살려고 바둥대다 보니 스스로 죽는 결과가 초래됐다. 대통령은 자기성찰 기회와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짜여진 일정 속에 정신없이 지나므로 몇달만 지나면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 외부와 일체 차단된 자신만의 시간을 하루에 한시간 이상 갖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의 영어 표현은 프레지던트다. 그 프레지던트의 의미는 프리자이드하는 사람,사회 보는 사람,즉 사회자다. 여기서 대통령은 사회자이므로 사회를 잘 보면 된다. 귀를 활짝 열고 회의나 논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잘 들어야 한다. 사회자가 혼자 떠들면 그 회의가 어떻게 될까? 회의를 주재하면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대통령 자신이다. 최종결정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기에 고뇌의 과정이다. 대통령이 최종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나,혼자서 모든 것을 알 수 없으며 할 수도 없다. 역사를 보면 왕이나 대통령이 훌륭해서 유능한 신하나 장관이 탄생하는 게 아니라,훌륭한 신하나 참모가 주위에서 보필해야 역사에 칭송되는 왕과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은 천하에서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기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개인적 빚은 참으로 클 것이다. 대통령이 되기까지 동원된 인재와 국정 운영에 활용되는 인재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재 등용술은 이 점에서 최고의 역사적 교훈중 하나다. 정치세력에서 정책세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는 물론 모든 후보가 엄청난 공약을 쏟아냈다. 표를 얻기 위해 남발된 공약에 집착하게 되면 국정을 올바르게 끌고 갈 수 없다. 발표된 공약을 접으면 접을수록 역사에 더 나은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본인의 국정 철학에 관련된 부분은 고수하되,기타 그만그만한 공약들은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면서 빨리 파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정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짚고,내용의 합리성 실현가능성 일관성을 갖는 국정약속을 새로이 제시해야 한다. 후보시절과 달리 대통령의 경우 정책과 관련해 특정 수치를 제시하는 건 금기사항 중의 금기사항이다. 'GDP를 몇% 성장시키겠다,일자리를 몇백만개 창출하겠다'등의 말이 대통령 입에서 나와선 안된다. 관료들은 어떻게 해서든 대통령이 뱉은 말을 책임지고 맞춰 내야 한다. 대통령이 뱉은 수치는 분명히 달성되나,문제는 그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 여타부문에서 엄청난 왜곡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대통령이라도 국민에게 줄 수 있는 특별한 요술방망이를 갖고 있지는 못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취임사가 아주 간략했는데,내용은 국정운영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한다. 영국의 처칠 수상은 자신이 국민에게 바칠 수 있는 것은 피와 땀과 눈물뿐이라고 취임사에서 말했다. 기본은 지키면서 원리원칙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고 솔선수범하며 사심없이 행동하면 국운은 융성하고 대통령은 역사에 남게 될 것이다. choik01@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