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cho@kotef.or.kr 박군은 그래도 꽤 쳐주는 지방대 인문계 졸업반으로 군대,어학연수 등 거칠 것은 다 거쳤고 대학학점도 나쁘지 않다. TOEIC점수도 700점 이상이다. 그런데 금년시즌 대기업 취업 전선에서 탈락했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인 것 같다. 대부분 서류심사에서 떨어지고 면접까지 간다하더라도 면접관들의 태도가 처음부터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을 미리 알았던지 대부분의 학교친구들은 벌써부터 고시준비에 들어갔다. 그것은 아마 고시는 차별적 진입장벽도 없고 또 장기간 백수로 있어도 부모님으로부터 유예기간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박군은 공무원보다는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기업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에 대기업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경험을 쌓아서 언젠가는 자기기업을 해보겠다는 인생설계이다. 그러나 문턱에서부터 좌절된 것이다. 중소기업에서도 경영자들이 기술직은 도시락 싸들고 찾아다니지만 인문계통은 찬밥이다. 대우수준도 너무 떨어지니 궁하다고 아무데나 들어갈 수도 없다. 이렇게 기술직이 잘 팔리는데 이공계 기피 현상이 왜 생겼는지 모르겠다. 박군이 대학을 들어갈 때는 IMF 외환위기의 와중에서 기업들이 부도위기에 몰려있으니까 바로 돈 안되는 이공계 연구실부터 구조조정을 했으니까 그랬었겠지만,이제는 그렇게 이공계 인력이 부족하다는데 기술직이 취업에 얼마나 유리할까 생각하며,대학전공학과 선택이 후회스럽다. 과거 어느 정부 때나 지방화,지방산업 및 지방대학 육성 슬로건은 거창했지만,막상 지방학생이 졸업해서 취업하려면 서울에서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고,그렇다고 지방산업이 있어서 이들을 흡수해 주지도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대선 각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지방 균형 발전을 주장하는 것 같은데,거창한 공약보다는 지방대학생 취업문제만이라도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험 칠 기회라도 균등하게 달라는 것인데,이 정도는 정부가 조금만 노력하면 기업에서도 협조해줄 수 있는 사항이 아닌가 박군은 생각해 본다. '지방대출신은 대체로 입사만 되면 중앙의 명문대 출신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경쟁력도 더 빨리 갖추더라'던 어떤 선배의 말을 되씹으며,박군은 취업정보를 위해서 인터넷 취업정보사이트를 노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