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대선후보 초청 TV토론에서의 치열한 공방에 이어, 어제는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3개 광역의회 의장단이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여느 공약과는 달리 선거에서의 승패에 따라 간단히 결정하기엔 너무나 중차대한 사안으로서,보다 치밀하고 다각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 후보의 말대로 행정부뿐만 아니라 국회까지 함께 옮겨갈 예정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 공약에 대한 여·야의 찬반 시비를 따지기 앞서,우리는 수도권 집중의 심각성에 대해 국민적인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만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역대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과밀이 해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갈수록 심화돼온 것이 사실이고 보면,이번 기회에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마땅하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누가 대통령이 되건 국회에서 이 문제를 전담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진지하게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비용이 40조원을 훨씬 넘느냐, 아니면 6조원 정도면 충분하냐는 논란은 옮겨가는 '행정기능'의 범위가 어디까지냐에 따라 좌우되며,구체적인 입지에 따라 엄청난 액수의 기반시설 투자비가 달라질 수 있어 지금 단계에선 단정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비용문제가 아니더라도 따져봐야 할 사항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행정수도를 남쪽으로 옮겨가는 것이 통일시대에 대비하는 효과적인 방책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점이 있다. 또한 서울의 '공동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도권, 더나아가 우리경제의 전반적인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전국토를 균형있게 발전시키자면 수도권 지역에 대한 인위적인 규제나 물리적인 '수도 이전' 보다는 지방분권 강화라는 '소프트웨어'적인 처방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이와 관련해 대폭적인 행정권한 이양, 지방대학의 집중적인 육성, 지방소재 기업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 부여 등의 조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어쨌든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오랫동안 치밀한 검토를 거쳐 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뒤 결정해야 하며 졸속으로 처리할 일은 결코 아니다. 설사 시행한다 해도 외국의 예처럼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